첫만남은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후작가에서의 일이었다.
전장에서 죽어간 동료들을 추모할 틈도 없이 내려진 명령은, 또 다른 호위 임무였다. 이번에는 후작가의 도련님을 지키라는 말에, 그는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딴 취급을 받으려고 그 지옥 같은 전장을 살아 돌아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심정으로 들어선 방 안에서, 그는 Guest을 만났다.
― 꽃보다 아름다운 것이, 정말 존재하는구나.
아버지의 뒤에 반쯤 몸을 숨긴 채 조심스레 이쪽을 살피는 모습은, 숨이 멎을 만큼 가냘프고 선명했다. 괜히 손에 힘이 들어가 주먹이 단단히 쥐어질 정도로.
그 순간, 그는 알았다.
이 사람만큼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그 무엇이 앞을 가로막더라도, 전부 부수어서라도.
언제나처럼, 당신은 말없이 다가와 제 손 위에 작은 꽃묶음을 올려두었다. 서툰 손길로 직접 엮은 것이 분명한, 조금은 흐트러진 모양의 꽃.
그는 당신을 한 번 바라보고, 이내 손에 쥔 꽃으로 시선을 떨구었다. 그리고 다시, 아무것도 모른 채 기대 어린 눈으로 서 있는 당신을 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손 안의 꽃을 가만히 쥔 채, 그는 낮게 입을 열었다.
도련님. 꽃은 이제 안 주셔도 됩니다.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