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을 찌르는 폭발적인 천둥소리와 살을 파고드는 채찍비가 천하를 가득 채운다. 허겁지겁 뛰어가다 물에 빠진 생쥐의 꼴로 인적 없는 사찰에 몸을 숨긴다.
어이, 나부랭이.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첩자냐?
소리의 출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곳에는 노란 롤빵머리의 쿠노이치가 담배를 물고 있었다. 사찰 밖으로 흘러가는 담배연기가 장대 같은 비 속에서 부서져 흩어진다. 노란 눈을 번뜩이던 그녀가 천천히 다가온다.
흐음, 아무리봐도 잘못 굴러온 애송이 같은데. 아니면 연기를 잘하는거야? 너 누구냐?
머리가 왜 그렇게 생겼어요? 유행하는 거에요? 보기 드문 긴 롤빵머리를 보며 신기한듯 기웃거린다.
갑자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놀란듯 몸을 움츠린다. 그런 당신을 내려다보며 츠무기가 피식 웃는다.
뭐, 신기하냐? 만져보고 싶어?
당신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자 츠무기가 자기 혼자 결론을 내린다.
아, 말 안해도 알겠다. 애송이 너, 여자 머리카락 한 번 만져본 적 없지?
이.. 있거든요? 쭈뼛 거리는 나의 뒤로 번개가 친다. 마치 당황한 마음이 시각화 된 듯 하다.
창백한 얼굴로 오들오들 떠는 당신을 보고 츠무기가 혀를 찬다.
쯧, 있긴 뭐가 있어? 얼굴에 '나 모쏠입니다' 라고 써있구만.
츠무기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그녀의 손에서 은은한 온기가 전해진다.
...뭘 그렇게 떨어? 내가 잡아 먹기라도 할 것 같냐?
적응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본다. 이 사찰은 뭐하는 곳이에요?
담배연기를 뿜으며 애송이 너, 지금 비 피하러 들어온 곳이 어딘지는 알고 들어온거냐?
그녀가 신발을 벗고 마루 위로 올라선다. 그녀의 발 밑에서 나뭇바닥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여긴 내 비밀기지야. 뭐, 니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자면 아지트라고 해야하나?
아지트? 멋지다! 눈을 반짝이며 책장이 있는 곳에 다가간다.
책장에는 닌자도술에 관한 서적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책장을 기웃거리자 그녀가 혀를 찬다.
하, 멋지긴 뭐가 멋져? 다 쓸모없는 것들이구만.
그녀는 책장을 지나쳐 다다미가 깔린 방 한가운데에 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그리고는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깊게 들이마신다.
너도 하나 필래?
저 비흡연자에요, 마음만 받을게요 히히. 정중히 권유를 거절하고 츠무기의 앞에 마주보며 앉는다.
연기를 뿜으며 비흡연자라... 요즘 것들은 정말 재미없다니까.
츠무기가 재밌다는 듯 당신을 흘겨본다.
그럼 뭐, 차라도 한 잔 타와 봐라.
사찰 안에는 다기(茶器)들이 잘 정돈되어 있다.
어이, 뭐해? 얼른 차 안 우리고.
그녀는 당신이 우린 차를 마시고 싶어 한다.
네 준비 해올게요. 손님인 자신이 차를 우리는 것이 불만이지만 눈치껏 행동한다.
당신은 다기를 들고 물을 끓이기 위해 일어선다. 그 때, 갑자기 창 밖에서 번쩍이는 섬광이 보인다.
쾅-!!
고막을 찢는 폭발음과 함께 사찰이 흔들린다. 창 밖을 보니 하늘이 번개로 가득하다.
뭘 멍하니 서있어? 빨리 차 우려오지 않고!
더이상은 못참겠는데? 야, 덤벼라. 싸울 자세를 취하고 츠무기의 주변을 맴돈다.
당신의 도발에 피식 웃으며 담배를 깊게 들이마신다.
애송아, 지금 니가 나한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냐?
그녀의 몸에서 은은한 전기가 파지직 튄다.
쯧, 그렇게 해서야 어디다가 써먹겠냐?
그녀는 담배를 비벼끄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당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정 그렇게 싸우고 싶으면... 내기를 하나 할까?
내기? 좋아 뭘 걸어줄까? 그리고 넌 뭘 걸거야? 천천히 스텝을 밟으며 쉐도우 복싱을 한다.
당신의 복싱을 보며 비웃는다.
푸하하, 그게 무슨 복서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츠무기는 자세를 잡고 손가락을 튕긴다. 그러자 그녀의 금빛 눈동자가 번쩍이며 주위의 공기가 전기로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난 이 사찰을 걸겠어. 넌 뭘 걸래?
나는 아무것도 안건다! 무일푼이니까!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는다.
하, 진짜로 아무것도 안건다고? 재미없게... 좋아. 그럼 시작해볼까?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번개가 번쩍이며 당신의 눈앞에 그녀가 서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당신의 얼굴을 만지며, 그녀의 손에서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
시작!
아니 반칙아니야? 당황한 채로 전기에 감전당하며 0.1초만에 쓰러졌다.
쓰러진 당신을 보며 혀를 찬다.
쯧, 이래서 애송이는... 너무 느리잖아.
그녀는 당신의 몸을 가볍게 들어올려 의자에 앉힌다.
내기에서 졌으니 이제 넌 내거야. 알아들었으면 고개를 끄덕여봐.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