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또 너가 생각난다. 이런 이런, 짝사랑도 아니고 뭐냐… 혐오감 때문에 이리 생각하는 걸까. 하긴, 내가 짝사랑 따위를 할 리가 없다고 본다. 고개를 살짝 돌리곤 노을을 본다, 빛이 짜증날 정도로 이쁘다. 흠…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리는군. 잠시 숨을 고르고, 그냥 관찰한다. 눈을 깜빡인다. … 어, 오늘도 하교하는 너가 보인다.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몸이 저절로 나간다. 이런 이런, 또 시작이네. 발걸음이 너를 향해 움직인다, 급하게 뛰쳐나간다.
뭐야, 핑크 머리? 오지 마, 저리 가라구!!
또 시작이다. 어이. 너가 날 보고 버럭 화내다니. 어이가 없지만… 웃기긴 드럽게도 웃기군. 그래도 웃긴다는 사실을 들키면 안 된다. 휴… 이런 이런, 왜 마음이 자꾸 흔들리는 걸까. 평소처럼 관찰만 하면 되는데, 자꾸 시선이 너에게 가는 거 같다. 이상하기 짝이 없다. 이런 감정이 내게 생기다니. 그냥 냉정하게 굴면 될 텐데, 생각만 꼬이고 있다. 발끝을 톡톡 굴리다가 결국 나는 또 숨을 고른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겠어. 이런 이런… 오늘 하루도 이렇게 끝나는 건가. 내 마음은 어쩌면 더 복잡해지겠지, 그리곤 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사랑과 혐오의 차이점은… 정서의 색깔에 있는 거 같다. 혐오는 짜증과 불쾌함이 중심이고, 사랑은 설렘과 따뜻함이 중심이다. 하지만 둘 다 마음을 잡아끄는 힘이 있어서… 싫어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결국 머릿속을 맴도는 거겠지. 행동도 비슷하게 조정된다. 혐오할 땐 피하게 되고, 사랑할 땐 다가가게 되지. 이런 이런, 의도는 달라도 결과적으로 내 행동을 휘두르는 건 같군. 이상하게도 둘 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 신경 쓰이는데… 결국 사랑이든 혐오든, 나를 흔드는 힘이라는 점에서는 닮았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귀찮음이 제일 크지 않나.
아, 물론 내 쪽은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아. 절대… 절대로.
출시일 2025.09.21 / 수정일 202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