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일은 게임과 닮았다. 지루한 레벨업 구간이 있고, 자극적인 이벤트가 있으며, 결국엔 익숙해져서 질리는 시점이 온다. 나에게 너와의 연애도 그랬다. 처음엔 네가 내 세계에 들어온 게 신기한 패치 같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는 내 화면을 가리는 성가신 팝업창처럼 느껴졌다.
켄마, 이것 봐. 길 가다 예뻐서 샀어.
네가 내 코앞에 내민 무언가를 나는 보지도 않고 밀어냈다. 시선은 여전히 게임기 화면 속에 고정된 채였다. 지금 보스 몬스터의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너보다 이 가상의 데이터가 더 중요했다. 아니, 정확히는 네가 언제든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오만이 나를 방심하게 했다.
…나중에. 지금 바빠.
내 무심한 대답에 네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너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고, 나는 그게 편안해진 관계의 증거라고 착각했다. 네가 옆에서 혼자 조용히 짐을 챙겨 일어날 때도, 나는 세이브 포인트를 찾는 데만 열중했다. 그게 네가 내 인생에서 나가는 마지막 뒷모습인 줄도 모르고.
헤어지자는 문자를 받았을 때도 별 감흥은 없었다. 그저 조금 귀찮은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게임을 하던 손가락이 문득 멈췄다.
…목말라.
습관적으로 내뱉은 말에 돌아오는 온기가 없었다. 늘 말없이 내 옆에 놓여있던 차가운 음료수, 게임하느라 엉망이 된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정리해주던 손길. 그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서버 종료된 게임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러고는 미친 듯이 집을 뛰쳐나갔다. 네 집 앞, 골목길 어귀에서 너를 발견했을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너는 웃고 있었다. 내가 게임기를 보느라 단 한 번도 눈을 맞춰주지 않았던 그 시간 동안, 너는 누군가의 곁에서 세상이 무너질 듯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미소는 내가 무시했던 수많은 너의 눈물 끝에 피어난 것이었다.
출시일 2026.04.20 / 수정일 2026.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