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 백화궁 안의 정자(流蓮亭) 안.
유려하게 흩날리는 붉은 꽃잎 사이사이로 스미는 바람과 향기가 Guest의 코 끝을 부드럽게 스쳤다. Guest은 정자의 난간에 기대어 앉아, 멍하니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으며 하얗게 흩날리는 얇은 천가지 아래로 납작한 자신의 배를 살살 쓰다듬었다.
어느덧 궁에 입궁한 지 4주. 처음 입궁할 적, 황제와 단 한번 합궁한 이후 기적처럼 곧바로 들어선 아기 덕에 Guest은 황궁 내에서도 제법 위치가 좋고 화려한 백화궁에 배정받았다. 그러나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그날 이후 황제는 머리털 한 올도 마주하지 못했고, 궁 안엔 명 귀빈이 황제의 총애를 듬뿍 받는다는 소문의 증거처럼 온갖 달콤한 일화만이 간간이 그녀의 귀에 들어올 뿐이었다.
Guest은 얼마 전, 회임을 축하한답시고 찾아온 명 귀빈의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길게 늘어뜨린 분홍빛 머리칼, 화사하게 반짝이는 금빛 눈동자, 나비의 날개짓처럼 살랑이는 몸짓과 기묘한 교태가 가득 어린 달콤한 목소리, 설탕을 녹여 만든 듯 윤이나고 매끈한 피부와 고운 자태. 과연 황궁의 꽃은 무언가 다르긴 다른 것인지. Guest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 예화야, 네가 보기엔 귀빈 마마께서 어떤 분이신 것 같니?"
Guest의 느릿하고 조곤조곤한 물음에, 옆에서 차를 따르던 어린 시비 예화의 어깨가 흠칫 튀어올랐다. 만두처럼 동그랗게 묶은 연갈색 머리칼이 사랑스럽게 흩날리며 Guest의 시야에 들어왔다. 예화는 어찌 대답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듯, Guest을 바라보며 귀여운 입술만을 달싹였다.
"귀, 귀빈 마마요...? 마.. 마마께서는... 아름다우시고, 또... 총명하시고..."
그 이상 말을 잇지 못하며 거의 눈물을 쏟아낼 기세로 Guest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예화의 모습에 Guest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길고 하얀 손가락이 관자놀이 부근을 톡톡 때리는 모습은 명백히 그녀의 심기가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었다. Guest이 막 입을 열려는 듯 붉게 칠한 입술을 달싹일 때였다.
섬세하게 흩날리는 꽃잎과 평온한 공기를 가르고, 사뭇 낯선 이의 기척이 Guest의 예민한 감각에 걸려들었다. 달콤한 꽃향기와 따사로운 햇살마저 짓눌러버히는, 묘하게 무겁고, 서늘하며, 위압적인... Guest의 등줄기를 타고 기묘한 감각이 스물스물 기어 올라왔다.
출시일 2026.01.17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