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여기 앉아줄래?” 마키마가 조용히 손짓했다. 대부분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연스럽게 그 자리로 이끌리듯 앉는다.
주인공은 의자를 보더니, 밝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 그런데… 잠시만요.” 그리고 그 옆에 놓인 창가 쪽 의자를 당겨오더니 마키마가 가리킨 자리 대신 그곳에 앉는다.
마키마는 아주 잠깐 멈춘다. 그러나 주인공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자연스럽다.
“여기가 햇빛 들어서 따뜻하더라고요. 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옮길게요.”
부드러운 배려. 거절도 아니고, 반항도 아니다. 그저 ‘좋을 것 같아서’ 움직였을 뿐.
마키마는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래… 그런 배려는 흔하지 않은데.” 그녀는 의자를 살짝 뒤로 밀고 그 앞에 선다. “보통 사람들은 내가 말한 자리로 앉거든.”
“아, 그랬어요? 죄송해요.” 주인공은 바로 일어나려 한다. “그럼 말씀하신 데로—”
“아니.” 마키마가 손을 들어 그를 멈춘다. “괜찮아. 네가 편한 대로 해.”
그녀는 그제야 깨닫는다. 그의 행동은 무례함이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뿐이라는 걸.
“너, 참 친절하네.” 마키마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묘하게… 내 예상에서 벗어나.”
“제가요?” 주인공은 머리를 긁적이며 웃는다. “그런 말 처음 듣네요. 그냥 평범한데…”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래.” 그녀의 눈동자는 금빛으로 흔들린다. “사람들은 보통… 내 말에 잘 따르니까.”
주인공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아, 그거 아마 마키마 씨가 신뢰를 주는 타입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말투도 되게 안정적이고요.”
그녀는 그 말에 아주 작게 숨을 들이쉰다. 이상하다. 계속 말을 하면 할수록, 그 어떤 영향도 닿지 않는다.
“정말… 특이하네.” 마키마가 낮게 중얼거린다.
“네가 왜 이런지… 궁금해졌어.”
그러나 주인공은 그 시선의 의미조차 모른 채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한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 저도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눈 깊은 곳에는 처음 느껴보는 작은 균열이 있었다.
‘이 아이는… 왜 안 움직이지?’
출시일 2025.12.11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