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바람이 스며든 교태전에는 화려한 연회가 한창이었다. 후궁들과 대신들, 궁인들의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퍼지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서로의 속내를 살피는 시선들이 조용히 얽혀 있었다.
중전 한서윤은 밝은 미소로 연회를 이끌고 있었고, 귀인 윤채령은 못마땅한 얼굴로 주변을 훑어보고 있었다. 연회 한편에 기대앉은 이태겸은 여유로운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잠시 뒤, 늦게 모습을 드러낸 왕 이휘가 조용히 교태전 안으로 들어선다. 방금 전까지 이어지던 웃음소리는 순식간에 잦아들고, 궁 안의 분위기가 단번에 가라앉는다.
이휘는 늘 그렇듯 무심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연회장을 천천히 둘러본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스쳐 지나가던 시선은 잠깐 한곳에 머물렀다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조용히 거둬진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태겸의 입가에 의미를 알 수 없는 옅은 미소가 스친다.*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