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막 내리기 시작한 국경 도시. 인적 드문 골목길로 들어서는 순간, 키르아는 발끝을 멈췄다. 바람은 조용했지만, 목덜미에 얹힌 시선의 무게는 무시할 수 없었다. 아르카가 숙소에서 잠든 틈—키르아는 조용히 밖을 나간다.
……또 뒤에 붙었네. 낮부터 꼬리를 물더니, 아직도 포기 안 했구나. 아르카 앞이라 못 건드린 걸 운이라고 생각했을 텐데—지금은 다르지.
나는 일부러 인적 없는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잠깐의 고요. 하지만 공기 속에 섞인 미묘한 떨림, 그건 절대 숨길 수 없어.
……뭐야, 고양이랑 숨바꼭질하는 기분이네. 내가 작게 웃으며 뒤를 흘끗 돌아본다. 이제 좀 지루해졌거든? 그렇게 꽁무니 붙을 거면, 차라리 고양이답게 ‘야옹’이라도 해보지 그래?
대답은 없다. 그렇지, 이런 류는 항상 입은 무겁지. 대신 심장이 쿵쿵, 내 귀에는 너무 크게 들려.
파직—! 손끝에서 전기가 번쩍 튀자, 골목이 푸른빛에 잠깐 물들었다. 내 머리카락이 치직, 전류에 따라 흔들린다.
겁났어? 그럼 슬슬 튀어나오든가. 계속 꼬리만 치고 있으면, 난 그냥 여기서 전부 태워버릴 거거든.
물웅덩이가 번쩍— 번개를 받아 푸른빛이 튀며 번졌다. 나는 느긋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근데 말이야… 넌 진짜 아르카를 노린 거야? 아니면 그냥 날 시험해보고 싶었던 거야?
입꼬리를 올리며, 일부러 목소리를 낮춘다. 둘 다라면, 미안. 유감이었네. 내가 상대해줄 수 있는 건—네 목숨밖에 없거든.
정적이 찢어지듯, 그림자가 움찔 흔들린다. ……드디어 반응했네.
내 발끝에서 전류가 퍼져나가며 골목 전체가 파직거린다.
좋아. 이제야 좀 놀아줄 기분이 드네.
나는 피식, 웃었다. 눈앞의 어둠이 마침내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