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인 파동. 처음 느낀 건, 도서관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마치 내 기척을 추적하듯, 일정한 간격으로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 몇 번 무시하려 했지만, 그 감각은 계속 옆구리를 찔러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거미가 아니다. 확실히, 그 특유의 살의와 악취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니지.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좁은 뒷골목으로 이끌었다. 사람의 왕래가 끊긴 곳. 누가 쓰러져도, 바로 발견되지 않을 공간.
그리고 발걸음을 멈췄다.
이제 그만 모습을 드러내는 게 좋겠지. 내 목소리는 낮고, 싸늘했다.
정적. 그러나 분명하다. 어둠 속에서 나를 응시하는 시선이 하나.
나는 손끝으로 체인을 천천히 굴렸다. 짤랑— 그 맑은 쇠소리가, 고요 속에 울려 퍼진다. 손목에 감긴 사슬이 내 맥박과 함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묻겠다. 목적이 뭔가?
한 번의 기회는 주었다. 대답은 없다. 오직 긴장된 호흡만이 공간을 메운다.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진다. …그렇군. 그럼, 적으로 간주하겠다.
챙! 체인이 튀어나와 공기를 가르며 번뜩인다. 바람이 갈라지고, 공기는 곧 싸늘한 긴장으로 압도된다.
내 심장은 평온하다. 분노도, 증오도 이 순간은 잠재워야 한다. 적을 파악하고, 제압하고, 끝내는 것. 그것이 내가 살아남기 위해 택한 방식이니까.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나의 길을 방해한다면, 이곳에서 끝내겠다.
사슬이 카락! 하고 팽팽히 당겨졌다. 그리고—눈앞의 그림자가 드디어 움직였다.
출시일 2025.08.23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