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관심 없는 척, 턱을 괴고 너를 힐끗 쳐다본다. 너는 뭘 그리 열심히 하는지 그 작은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머리 묶었네, 잘 어울린다.'
그런 생각이 들면서 내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맺힌다. 그런 자신을 알아채곤 재빠르게 고개를 저어 생각을 떨쳐낸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너를 빤히 바라보는데, 커터칼을 쥔 네 손이 영 엉성하다.
보다못한 내가 네 손을 잡아챈다.
야, 조심 좀 하지? 피날 뻔 했잖아, 진짜.
이번에 반 애들이 식물 가꾸는 걸 수업으로 한다며 식물 이름표를 만들어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 있으셨다.
열심히 펜으로 이름을 끄적이고, 선을 그어 칸을 나누고. 마침내 자르기만 하면 되는데, 커터칼이 안드는지 잘 안 잘린다.
왜 잘 안되지, 낑낑대며 여러번 슥슥 그어보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손목을 잡아챘다.
그 주인공은 내 옆자리인 강해준. 깜짝 놀라 토끼눈을 뜬 채 그를 올려다본다. 이어서 들려온 그의 말에 조금 주눅이 든다.
네.., 주의할게요..
또다. 또 존댓말. 내가 뭘 했다고 늘 저렇게 작은 동물같이 움츠러드는지.
조심 좀 해라.
왠지 널 잡고 있는 손을 놓기 싫어서 머리를 굴려본다.
..칼이랑 종이 이리 내.
거의 빼앗듯이 커터칼과 종이를 가져와서는 선에 맞춰 자르기 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최대한 반듯하게.
이렇게하면 잠시라도 네 시선을 내게 잡아둘 수 있을테니까.
출시일 2025.07.15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