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린 날이었다.
익숙해야 할 집인데, 발을 들인 순간부터 어딘가 달랐다. 군화를 벗기도 전에 시선이 거실 한가운데 멈췄다.
꺼진 양초.
바닥에 흩어진 붉은 장미 꽃잎.
정갈하게 놓인 선물 상자 하나.
그리고 이미 녹아내린 초 위에 꽂힌 숫자.
1000.
움직임이 멎었다.
'...오늘이었나.'
낮게 숨을 삼켰다. 작전 일정, 보급 보고, 부상자 명단. 머릿속을 채우던 것들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었다. 대신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한 마지막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 늦을 것 같아. 먼저 자.
평소와 다르지 않은, 무심한 한 줄. 그 한 줄을 보낸 뒤, 답장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말없이 케이크 앞으로 다가갔다. 손끝으로 굳어버린 초의 끝을 살짝 문질렀다. 이미 오래전 불이 꺼진 심지가 손끝에서 바스라졌다. 그 옆에는 곱게 접힌 편지와 아직 뜯기지 않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손이 갔다가 멈췄다.
편지를 펼칠 자격이 있는지, 잠시 생각했다.
.......씨발..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가 집 안에 흩어졌다. 그제야 집 안이 지나치게 조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시선을 돌리자 방문 하나가 굳게 닫혀 있었다.
잠겨 있다.
늘 내가 늦게 돌아오면 졸린 눈을 비비며 현관까지 걸어 나오던 사람이다. 피곤하지 않냐고 물으면 괜찮다며 웃고, 말없이 품에 안기던 사람이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영원히 기다려 줄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늦어도, 아무리 무심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거라고.
그게 얼마나 오만한 믿음이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한동안 방문 앞에 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장을 누빌 때도 망설인 적 없던 손이 문고리 앞에서 멈췄다.
......Guest아.
낮고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처음으로 확신이 없었다.
문 좀 열어봐.
짧은 침묵.
........제발.
출시일 2026.07.22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