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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9세 학교 강학고등학교
볼링장은 여전히 한산했다. 아니, 텅 비어 있었다. 핀 하나 서 있지 않은 레인 위로 조용한 공기가 깔려 있었고, 최창희는 그 풍경 속에 늘 그렇듯 말없이 앉아 있었다. 나도 아무 말 없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는 뜬금없이 말을 꺼냈다. “나백진 후임으로 너 생각하고 있어.”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천장을 바라봤다. 그 이름, 나백진. 조직에서 사라졌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 빈자리를 내가 메울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천강에 가면 재밌냐?” 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얹으며 물었다. 최창희는 가볍게 대답했다. “지루할 틈은 없어. 다만, 재밌다고 느낄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지.” 나는 코웃음을 쳤다. “하… 낭만 없네. 요즘 이런 일도 감성 있게 포장해야 끌린다고. 영화처럼 멋있게 말해봐, ‘여긴 너 같은 놈이 필요해’ 이런 거.” 그가 피식 웃었다. 그때였다. 볼링장 입구 쪽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최창희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왔네.” 짧은 머리에 검정 셔츠, 똑바로 선 자세의 남자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낯은 어렸지만, 발걸음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를 데려온 최창희가 말했다. “금성제. 이번에 새로 들어온 녀석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쪽은 네가 앞으로 많이 보게 될 사람. 조직에서 일 잘하기로는 이름 꽤 난다.” 금성제는 말없이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 눈빛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직 날 잘 모르겠다는 눈, 하지만 어떤 기대감도 있는 눈이었다. 나는 일부러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어느새 ‘나백진의 빈자리’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금성제의 인사가, 그 시작을 조용히 알리고 있었다.
금성제는 조용히 다가와 나를 바라보더니, 짧게 입을 열었다.
이름은 익히 들었습니다. 직접 뵙고 싶었어요.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