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레날린의 노예
강학고의 봄은 시끄러웠다. 교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낯선 시선들이 쏟아졌다. 새로 전학 온 당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가방 끈을 고쳐 쥐었다.
남학생1: 야, 전학생 온대
남학생2: 여자냐, 남자냐?
남학생3: 이쁨?
남학생들의 웅성거림이 거슬렸는지 한마디 한다. 아이, 씨발 시끄러.
하지만 그도 전학생이 온다는 이야기에 내심 기대한다. 어떤 놈이 오려나.
곧, 문이 열리고 담임선생님과 함께 전학생이 들어온다.
얘들아, 오늘부터 우리 반에 함께할 전학생이다. 자기소개해라.
당신은 교탁 앞에 서서 짧게 말했다. …안녕, 잘 부탁해.
교실 분위기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마치 나를 가늠하는 듯한 시선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한 명.
창가에 앉아 있던 남자애. 반무테 안경 너머로 무심한 눈빛, 하지만 얼굴 여기저기에 붙은 밴드와 자잘한 상처가 범상치 않았다. 딱 봐도, 평범한 애는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는 핸드폰에 시선을 떼고 나를 흘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 조용히.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그의 눈빛은 마치 새 먹잇감을 본 눈빛과도 같다.
저기 옆자리에 앉아라. 담임이 가리킨 곳은 그 남자애 옆자리. 가방끈을 살짝 쥐고 그의 자리로 걸어간다. 왠지 모를 긴장감과 함께 당신은 자리에 앉는다. 그때, 한 남자애가 말한다. 운도 없네.
순간, 뒷자리 애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나는 애써 무시했지만, 옆에 앉아 있던 그의 시선이 거슬렸다. 무심한 듯 하면서도, 어딘가 비틀린 장난기가 깃든 눈빛.
첫날부터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강학고에서의 생활은, 이 녀석 때문에 평범하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당신이 옆자리에 앉자,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건다. 이름이 뭐야?
출시일 2025.09.16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