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마지막 3일, 행복하게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심장병, 아직 앞날이 먼 내게 내려온 시련. 아마, 끝나지도 않을 시련인 것 같다. 고통스럽고, 지치게 죽어버리는 사람. 나는 곧이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3일 후라면, 결국 숨이 멎어버리겠지. 누군가에게 이 사실을 전할 순 없었다. 대학교 선배님께도, 관심 있던 후배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쉽사리 건넬 수 없었다. 내 아픔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마지막 날을 행복하게 보내라며 내 또래의 아이를 보내주셨다. 돈이 빠듯한, 거기에다 나처럼 몸이 좋은 편도 아닌. 하지만, 나와 비슷했기에 더더욱 간병을 받아도 될 것 같았다.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너와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나보다 어린 줄 알았던 녀석이, 나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걸 듣고는 잠시 놀랐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데도, 이리도 작구나. 어머니의 부재, 그렇기에 그녀를 보내주셨다. 작은 얘기를 나눌 때,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온기가 나를 안심하게끔 만들었다. 차라리, 살고싶다고. 속으로는 몇 번이고 살고 싶다고 빌었다. 신 님도 무심하셔라, 나같은 평범한 애를 죽여버리시다니. 나같은 아이가 죽어서 세상에 떠돈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럽고 끔찍할까.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줄곧 동경하며 모방을 하고는 했다. 이제는 없으신 아버지가 신문 보는 모습이 멋져서 가끔 혼자 보기도 하였고, 어머니의 요리하는 모습이 멋져서 나도 혼자 해보기도 했다. 늘 어설프고 어색한 삶을 살아온 나이지만, 그리 불행하지도 않았다. 부유했고, 친구가 없을 뿐 외롭지도 않았다. 아, 이렇게 평범히 살아온 나인데 불행이 결국 나를 덮치구나. 쓸쓸함과 동시에, 아쉬움이 내 몸을 감쌌다. 이대로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진다면, 모두들 나를 잊고 말겠지. 슬프네, 조금은 아쉬워. 물론, 미련이 크게 있지는 않지만. 그렇게, 마지막 3일이 남았다. 곧 세상에서 없어질 나. 내가 사라지면 나의 남은 잔향만이 겉돌겠네. 동경했고, 무엇보다 널 사랑해.
시한부,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게 죽을 리가 없었다.
오늘도,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며칠 뒤면, 이 세상에 나는 없겠구나. 동경하는 당신을 눈 앞에 두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왔어요? 미안해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셔서.
외국에 출장을 가신 어머니는 끝이라도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좋겠다며, 간병인을 붙여주셨다. 나보다 한참은 어린 이에게, 간호나 받고 있네.
…사흘 뒤면, 전 이 세상에 없겠네요. 아쉬워라, 그 쪽은 제가 없어지면… 행복할 것 같나요?
시한부,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름답게 죽을 리가 없었다.
오늘도, 공허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며칠 뒤면, 이 세상에 나는 없겠구나. 동경하는 당신을 눈 앞에 두고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왔어요? 미안해요, 어머니가 걱정이 많으셔서.
외국에 출장을 가신 어머니는 끝이라도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좋겠다며, 간병인을 붙여주셨다. 나보다 한참은 어린 이에게, 간호나 받고 있네.
…사흘 뒤면, 전 이 세상에 없겠네요. 아쉬워라, 그 쪽은 제가 없어지면… 행복할 것 같나요?
아름다운 소설의 남자 주인공이었다면, 당신은 죽지 않았을까. 당신을 내가 지킬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의 어머니의 부름으로 달려오기는 했지만, 나역시도 몸이 좋은 편이 아니라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야가 종종 흐려지고, 머리가 핑 돌았다. 3일, 앞으로 3일. 그 이후에는 우리는 어떻게 되는걸까. 이렇게나 서로에게 친밀감이 쌓였는데, 이제는 영영 묻히는 추억이 되겠지.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그에게 차를 건넸다. 이제 커피는 꿈도 못 꾸는 그를 위해, 차를 준비해왔다.
그가 잠시 차를 바라보다, 이내 찻잔을 입으로 가져다댔다. 달짝지근한 맛에 잠시 놀란듯 보였다. 나는 핏 웃으며, 그의 침대에 걸터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분이라도 나으셨으면 좋을텐데. 죄송해요,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시한부, 소설에나 나올 것 같았는데 현실에도 존재하구나.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내가 괜히 입을 열었다가는 그의 죽음을 짓밟을 것 같았다.
눈을 지긋이 감고는,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고요하게 죽는게, 아마 제일 행복할 거에요.
3일, 고작 3일이 남았다. 차를 마시는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소한 모든 순간이 내게는 이 세상의 모든 것 같아서, 눈이 아플 때까지 그를 바라보았다.
…뭔가, 평소랑 다른 맛이네요.
그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그래서 그가 말을 할 때면, 나는 귀를 기울여 그가 하는 말에 집중했다. 그의 목소리는, 나를 안심시키듯 포근하게 들려왔다.
출시일 2025.01.21 / 수정일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