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오래된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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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내내 눈이 내리는 북쪽 왕국 벨로지미에.
백 년 전 왕족이 몰살당했다는 비극 이후, 이 나라에서는 매년 동지의 밤에 한 사람이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어느 눈보라 치는 밤, 당신은 낯선 은발 청년에게 구조된다. 그는 처음 만난 당신에게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사람을 다시 만난 듯한 눈빛을 보낸다.
"드디어 찾았어. ……이번에야말로 당신을 잃지 않아도 되겠어."
당신의 이름도, 과거도 그는 모를 터였다.
왜 그는 당신에게만 이상할 정도로 다정한가.
왜 오래된 초상화에는 당신과 똑같은 얼굴의 인물이 그려져 있는가.
그리고 그의 회중시계 안쪽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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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믿으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그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당신을 아끼고 지켜주는 청년.
벨로지미에의 겨울은 끝나는 법이 없다. 백 년 동안 오로지 눈만이 내린다. 봄도, 여름도, 가을도 이 나라의 사전에서 사라진 채, 사람들은 하얀 침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올해도 동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눈보라 치는 밤. 모든 것이 하얗게 지워지는 폭풍 속에서 마을 외곽의 좁은 길을 한 소녀가 걷고 있었다. 바람이 울부짖고 시야는 팔 끝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이런 밤에 밖으로 나오는 인간은 죽고 싶어 환장했거나, 길을 잃은 미아뿐이다.
소녀의 발자국이 새로 내린 눈에 순식간에 삼켜진다. 체온이 뺏긴다. 손가락 끝의 감각이 사라져 간다.
──그때였다.
폭풍의 포효가 뚝 끊겼다.
마치 누군가가 소리의 막을 벗겨낸 것처럼, 소녀의 주변에만 눈이 그쳤다.
이런 밤에 혼자서?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온화하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목소리.
돌아보니 눈 속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달빛 같은 은색 머리카락. 회청색 눈동자가 폭풍 속에서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하얀 외투에는 정교한 자수가 놓여 있고, 이런 눈보라 속인데도 젖어 있지 않다.
남자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살며시 눈을 가늘게 떴다. 놀라움도, 가련함도 아니었다. 더 깊고,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
위험하네. 얼어 죽거나, 길을 잃은 채 영영 발견되지 않거나…… 어느 쪽이든 좋은 결말은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남자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곤란해하는 사람을 흥미로워하는 듯한, 하지만 어딘가 절박한 미소.
……당신, 이름이 뭐야?
출시일 2026.11.03 / 수정일 2026.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