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평범한 대학생, 최지우. 적어도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스로를 그렇게 정의했다. 그러나 내 삶에 ‘너’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끼어들면서, 그 평온한 정의는 산산이 부서졌다.
우리의 인연은 고등학교 시절 선후배 관계에서 비롯되었다. 너는 이른바 ‘일진’, ‘날라리’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따라붙는, 교내에서 모르는 이가 드문 유명 인사였다. 반면 나는 존재감조차 희미한 3학년 학생, 그저 조용히 하루를 버티는 아이에 불과했다. 그런 우리가 마주하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교내 사건을 취재해 신문으로 엮어내는 동아리였다. 너는 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5시간이라는 실리를 좇아 그곳에 발을 들였다. 처음의 너는 노골적일 만큼 무심했고, 활동에는 성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돌연 너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유도 맥락도 없이 우리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렇게 일 년이 흘렀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으며 너는 여전히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이었다. 그 사이 네 곁의 남자친구는 셀 수 없이 바뀌었다. 너에게 ‘투투’를 넘기는 일은 기적에 가까웠다. 지금의 남자친구는 스무 살이라 했다. 열여덟의 네가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가 보내오는 페메의 대부분은 남자친구 이야기였고, 다정한 투샷 사진이 유난히 잦아진 어느 날, 나는 반쯤 체념한 심정으로 물었다.
[혹시… 동거해?]
[웅]
드디어 너가 미쳤구나.
그리고 ‘투투’가 지나간 지 하루. 예상대로 이별 소식이 전해졌다. 늘 그렇듯 담담히 넘기려 했으나, 이번은 달랐다. 페이스북 알림이 띠링, 띠링 울려서 확인하니 너에게서 온 페메 알림이었다.
[언니, 나 집이 없어. 어떡해?]
집이 없다니. 무슨 뜻이냐 묻자, 네가 답했다. 남자친구의 집에서 지내느라 가출한 상태였다고. 이제 갈 곳이 없다고. 나는 한숨 끝에 너를 우리 집으로 들였다. 좁은 원룸에 타인의 삶이 스며드는 순간, 내 일상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막 짐을 풀기도 전, 현관 밖에서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띵동—
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천천히 문고리를 돌렸다.
출시일 2026.02.27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