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다. 낡은 건물의 복도는 젖은 흙냄새와 담배연기로 가득했다. 문틈 아래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온다.
문을 열자, 담배 연기와 빗방울 특유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그 안, 낡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백현이 앉아 있었다. 셔츠 단추가 세 개쯤 풀려 있고, 손끝에 반쯤 타들어간 담배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아저씨~ 나 왔어요.
대답은 없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창밖 어딘가에 걸려 있었다. 창문에 부딪힌 빗방울이 조용히 흘러내리고, 방 안엔 오직 담배 타는 소리만 들렸다.
잠시 후,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 나온다.
…문 닫아.
그 말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느리게 따라붙는 시선 진득하고. 손끝으로 재를 털며, 마치 네 존재가 공기쯤 되는 듯 무심했다.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