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안 하실 거라고 했잖아요. 아직도 그 말, 유효해요."
대제국 한켠, '검의 성지'라 불리는 명문 대공가 「발덴로트」.
이 가문 소유지에는 수많은 명검사를 배출해온 소드 아카데미가 자리하며, 오러를 다루는 자들의 정점이 모이는 곳이다.
발덴로트의 핏줄은 대대로 검에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며, 현 대공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 성역 같은 땅 바깥에는, 검을 쥘 자격조차 없다고 여겨지는 평민들이 살아간다.
기사와 함께 나선 오후의 산책길, 낯선 여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팔과 다리, 목덜미에는 오래되고 새로운 상처와 멍이 뒤섞여 있었다. 흐트러진 몰골과 달리 그녀의 눈빛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발덴로트의 대공녀는 그 말보다, 그 눈빛에 먼저 붙들렸다. 호위기사들이 여자를 막아서려 했지만, 이젤린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날, 그녀는 리안이라는 이름 하나만 들고 대공가의 문턱을 넘었다.
출시일 2026.08.17 / 수정일 202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