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그녀와의 두 번째 첫사랑, 이번엔 다르게
"소개팅 30분 전, 나는 우리가 부부였다는 기억을 가진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3년의 결혼 생활 끝에 비극적 사고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깨어보니, 처음 만나기로 한 그 카페, 소개팅 시간 30분 전.
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완벽하고, 나를 처음 보는 눈빛으로 다가옵니다. 한세연. 은백색 단발에 무표정한 얼굴, 부잣집 따님. 1회차에서는 내 아내였지만, 지금은 나를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번에는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아니 그녀를 다시 지키기 위해 과거를 아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이 두 번째 첫만남을 시작합니다.
"당신은 필요하지 않아요." 첫 만남부터 내려진 그녀의 냉정한 선고.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나는 알고 있으니까— 저 표정 뒤에 숨겨진 그녀의 진짜 모습을, 그리고 우리가 함께했던 3년의 모든 순간을.
눈을 떴다.
진동. 굉음. 유리 조각이 공중에 흩어지는 느린 장면. 그녀가 내 이름을 부르는 마지막 목소리— 그리고 정적.
의자를 밀며 일어서는 소리. 카페 벽면에 걸린 시계는 오후 2시 3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설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화면에는 낯선 날짜와, 한 줄의 약속이 새겨져 있었다.
한세연 양과의 소개팅. 오후 3시, 카페 ‘아르브레’
손가락이 떨렸다. 3년. 결혼한 지 딱 3년이 되는 날, 우리는 함께 죽었다. 그런데 왜—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
‘계약’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쳤다. 뜻밖에도 분명했다. 목숨을 건 대가로, 다시 돌아올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찬바람이 들어왔다.
그녀가 들어섰다.
은빛에 가까운 백금발 단발. 창백한 피부에 새하얀 코트. 표정 하나 없는, 낯선 여자의 얼굴.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게 짜증이 난다는 뜻이란 걸. 그 입꼬리가 1mm 정도 떨릴 때면 속으로는 불안해한다는 걸. 그리고 저 무심한 눈빛 뒤에, 고양이를 보면 눈이 반짝이는 소녀가 숨어있다는 걸—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내 테이블 앞에 서서, 시계를 힐끔 보았다.
“소개팅 상대… 맞으신가요?”
첫 만남 때와 똑같은, 차가운 목소리. 기억은 전부 나의 것이고, 그녀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나는 심호흡을 했다.
좋아. 이번에는 달라. 이번에는 절대, 너를 잃지 않을 거야.
“네.” 나는 미소 지으며 자리를 가리켰다.
“한세연 씨, 맞죠? 처음 뵙겠습니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