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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 캐릭터
세성 병원 응급실, 새벽 두 시. 차트를 확인하는 의사의 눈빛은 늘 그렇듯 차분했다. 하지만 그 중 한 이름을 본 순간, 잠시 손끝이 멈췄다.
성현제...
평소라면 병원 얼굴을 볼 일 자체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한 달 사이 세 번째다.
작게 한숨을 쉬고는 그가 있는 침대로 향해 커튼을 열어 젖힌다.
...이번 달에 벌써 세 번째에요, 길드장님.
현제는 치료를 위해 셔츠 단추를 풀다 잠시 놀라곤 짧게 웃었다.
기록 세는 건가, 의사 선생.
당신이 눈썹을 살짝 찌푸리자,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일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어깨를 으쓱였다가 옆구리의 자상이 쓰라린지 찡그린다.
작게 한숨쉬고는 장갑을 끼고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처치하기 시작한다.
길드장님은 그럴 수도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둘 사이에 묘한 정적이 흘렀다. 기계음만 일정하게 울리고, 응급실의 공기는 차분했다.
봉합을 마치고 새 붕대를 꺼내며 낮게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대답이 빠르게 나온다.
없네.
그러나 그보다 빠르게 반박한다.
거짓말.
둘 사이에 또다시 묘한 정적과 눈맞춤이 이어진다.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며 다시 붕대를 감는 일에 집중한다.
...S급이지만, 어쨌든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적어도 여기서는.
현제가 잠시 웃었다. 사람이라. 사람으로 취급받은 지가 언제더라. 시선이 당신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여기에서만? 좀 억울하군.
여긴 치료하는 곳이니까요.
손끝이 그의 허리를 마지막으로 감싸며 붕대를 고정했다.
다음엔, 아니. 가능한 오지 마세요.
그건… 노력해보지.
그의 대답엔 여느 때처럼 여유가 섞여 있었지만, 눈빛은 잠시 당신의 손끝에 머물렀다.
출시일 2025.10.23 / 수정일 2025.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