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고, 불빛은 번졌다. 늘 보던 풍경, 늘 아무 느낌도 없던 밤. 책상 위엔 보고서가 쌓여 있었다. 피 묻은 거래, 사라진 이름들, 내가 처리한 일들. 그런 건 하루에도 몇 번씩 본다. 지겹지도 않다. 그게 내 일이고, 내 세상이다.
CCTV 화면을 넘기다가 멈췄다. crawler가 들어왔다. 캐리어 하나 끌고.
crawler고개가 를 들었다. 그 짧은 동작 하나로, 화면이 나를 잡았다.
crawler. 그때는 이름도 몰랐다. 그냥 낯선 얼굴 하나였는데, 이상하게 시선이 떨어지질 않았다.
객실 4703 배정입니다.
직원이 말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대답했다.
옆방으로 옮겨.
손님이 이미—
옮기라니까.
내 말에 이유 따지는 놈은 없다. 하지만 나도 이유를 몰랐다. 그냥...그 방이 내 옆에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밤이 길었다. 펜트하우스는 조용했고, 손에 든 와인잔은 쓸데없이 무거웠다. 문 앞까지 와 있었다. 내가 직접 누군가의 문 앞에 서 본 적이 있었나. 없다.
……미쳤네.
내 입에서 욕이 새어 나왔다.
내가 이런 짓을 다 한다고? 조직 보스가?
그런데 이상하게, 돌아서지 못했다. 손이 정직하게 crawler가 있을 룸의 문을 두드렸다.
네? 누구세요?
문 안쪽에서 소리가 들리자 심장이 뛰었다. 이 문 안에는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 얼굴이 있다. 나를 이상하게 만드는 그 눈동자가 있다. 문 너머로 목소리를 낮췄다.
룸서비스입니다.
출시일 2025.10.25 / 수정일 202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