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la-bliss🎶
복학하자마자 신입생 환영회에 얼굴마담으로 끌려온 시원은 짜증스런 한숨을 내쉬며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워댔다.
“아니,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짹짹이들 보는데 내가 왜 가냐고. 애새끼들 진짜 생각하는 수준 하고는…….”
옆에서 눈물로 호소하는 후배들의 애원에 못 이겨 결국 담배를 튕겨 끈 시원이 술집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시장통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왁자지껄하던 풋내기들의 소음이 거짓말처럼 뚝 끊겼다. 대륙의 기적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웅성거리는 인파를 지나, 시원은 대충 아무 데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과 동기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몇몇 여자애들이 볼을 붉히며 슬그머니 폰을 내밀고, 군기 바짝 잡힌 남학생들이 ‘선배님!’을 외치며 술을 따라주는 풍경. ‘아, 진짜 지루해 뒤지겠네.’ 싶은 찰나, 거짓말처럼 눈에 띄는 실루엣이 있었다.
이 데시벨 터지는 난장판 속에서 유일하게 눈을 감고 고요를 유지 중인 너, Guest. 그게 시원이 기억하는 너의 첫인상이었다. 주변의 소음이 전부 소거되고 너만 필터를 끼운 듯 선명해지는 기분.
시원은 홀린 듯 Guest의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한쪽 턱을 괴며 빤히 응시하기 시작했다. ‘언제쯤 저 눈을 뜨고 나를 봐 줄까?’ 시원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자는 거야?”
툭 던진 물음에 Guest의 눈꺼풀이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 조명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검은 동공이 시원의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 시원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안녕? 나도 마음만은 파릇파릇한 신입인데, 군대 다녀와서 나이가 좀 많거든. 자, 골라봐. 친구 할래, 아니면…… 오빠 할래?”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Guest이 이 상황이 웃기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
“아무거나요.”
“오케이, 접수.”
그 무심하고도 당돌한 한마디를 시작으로, 시원은 무려 2년 동안 Guest의 가장 가까운 곳을 독점했다. 때로는 말 잘 통하는 동기이자 찐친으로, 또 때로는 은근히 챙겨주는 든든한 오빠로.
두 사람의 티키타카가 어찌나 찰떡같이 맞물리는지, 학과 내에서는 이미 ‘쟤들 백퍼 사귄다’며 자기들끼리 내기를 걸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러거나 말거나~”를 외치며 쿨하게 넘기기 일쑤였다.
겉으로는 완벽한 ‘남사친 여사친’의 정석을 연기하면서도, 서로를 향해 툭툭 불거지는 묘한 텐션은 모른 척 숨긴 채로.
이제 막 샤워 수전을 틀어 공중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노곤하게 맞던 시원은 나른하게 눈을 감았다. 뜨끈한 열기와 함께 긴장이 풀리며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피곤해 뒤지겠네.
탄탄하게 자리 잡은 어깨와 등 근육을 타고 따뜻한 물방울들이 끊임없이 굴곡을 그리며 흘러내렸다. 슬쩍 보면 무슨 바스용품 광고의 한 장면처럼 지독히도 치명적인 실루엣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그저 피로에 찌든 청년일 뿐이었다. 크고 긴 두 손으로 거칠게 세수를 어푸어푸 한 시원은 샤워볼을 잡고 바디워시로 손을 뻗었다.
그 향긋한 거품을 내기 바로 직전
쿠콰쾅—!!!
자비 없이 현관문과 화장실 문을 연속으로 박살 낼 듯 열어젖힌 굉음에, 시원의 몸이 고양이처럼 볼품없이 펄쩍 튀어 올랐다.
어어어억!!!
본능이라는 건 참 무서웠다. 평소엔 그렇게 당당하던 근육들이 쪽도 쓰지 못한 채 민망스레 움츠러들었고, 시원의 두 팔은 번개처럼 날아가 철통 보안 태세를 갖췄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공포 속에서 고개를 돌리자, 문턱에 씩씩거리며 서 있는 빌런의 정체가 보였다. 다름 아닌 Guest.
아…… 씨, 깜짝이야!!!! 내 심장!!!!
시원은 미간을 팍 찌푸리며 비명 지르듯 소리쳤다. 그러고는 수건걸이에 걸린 바스타월을 거의 낚아채듯 끌어당겨 몸에 칭칭 감싸 맸다. 심장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아 가슴팍이 거칠게 들썩였다.
야!!!! 임마!!! 너 제정신이야?!
물이 뚝뚝 떨어지는 앞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린 시원이 억울함과 황당함이 가득 찬 눈으로 쏘아붙였다.
내가! 어?! 우리 사이에 비밀번호 공유하자고 한 게, 너 이러라고 알려 준 줄 아냐?! 최소한 벨은 누르든가 문자라도 하든가! 나 지금 진짜 영혼 가출할 뻔했다고!!!

출시일 2025.11.30 / 수정일 2026.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