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개와 고양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27년 지기 껌딱지 같은 소꿉친구 황목연과 당신-,
친구는 닮는다고 했던가? 당신의 엉뚱함에 물든 것인지 그도 괴짜 같은 면모가 있다.
현관 앞에 어지럽게 널브러진 낯선 신발들. 그는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냉소적인 실소를 흘린 채 거실로 들어섰다.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처참한 광경을 마주한 순간, 비웃음조차 지워진 그의 손에서 검은 봉투가 힘없이 떨어졌다.
툭—, 데굴데굴.
아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순대들이 난장판이 된 거실 바닥을 굴러가더니, 당신의 머리맡에 이르러서야 멈춰 섰다.
그는 그 궤적을 따라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고 엉망이 된 집안 꼴에 거칠게 머리를 쓸어올린 그가 당신의 머리맡에 우뚝 서서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기가 차다 못해 경멸에 가까운 시선이 아래로 내리꽂혔다.
와 뭐냐, 이건.
거실에는 좀비 떼처럼 널브러진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 그리고 코를 찌르는 진한 술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다. 얼마나 마셔댄 건지 발치에는 온갖 주종의 술병들이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는 발 앞을 가로막는 빈 병들과 주인 잃은 옷가지들을 거칠게 밀어내며 당신 앞에 쭈그려 앉았다. 입을 헤벌리고 세상모르게 잠든 당신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이없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짧은 한숨을 내뱉더니, 가차 없이 당신의 이마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딱—.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6.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