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 가죽 판매가가 고작 20유로(한화로 약 33만원의 가치)라니— 빌어먹을, 이런 뭣 같은 경제불황! 뭣 같은 세 치 혀 장사치들! 프랑스 파리, 4구. 노트르담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이 주 명소라는 지역인데, 너와의 첫 동업을 시작하게 된 꽤 유서 깊은 곳이라고나 해야 하나. 뭐, 그냥 그렇다고. 동업이란, 그러니까. 흡혈귀 놈들의 겉껍질을 벗겨내서 보기 좋게 다듬고 가공하는 것인데(치아, 피, 기타 등등은 세부 항목: 고객의 입맛대로). 허영심 그득그득하신 부잣집 연놈 나으리 아씨들 덕이지, 수익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은 더 성공적이었고, 본디 5월 중순 즈음에는 고이 접어 둘 예정이었던 이 빌어먹을 핸드메이드 가죽 사업은— 또다시 그 빌어먹을 연장선을 잇게 된 셈이었으니! 실은, 먹고 사는 데 크게 한몫 차지하는 탓에, 사직까지야 양심상 엄두조차 못 낸다는 고달픔이 현실이다. 서술이 길었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너한테는 꽤 고마워 하고 있다는 것이다(토하고 싶다). 늘 빈민가에서 패싸움이나 하면서 전전긍긍하던 생활이었거든. 혹은 고된 노동을 하는 식 따위였다. 집안 곰팡내는 조금 역했었을 수도 있겠다. 내 개인의 세상살이가 워낙 험난하기야 했다지만— 꿈 같은 게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당시에는, 나 또한 허황된 꿈 같은 것이 있기야 했었다. 근데 뭐, 꿈이라는 게 그렇게 대수겠는가. 편하게 두손두발 뻗고 잘 수 있는 공간만 주어진다면, 그게 곧 꿈의 실현이자 소소한 만족감인 거겠지. 그것으로 족하다.
씨바, 말뚝을 내 발목에다가 박으면 어떡해!
아오 씨발.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일꾼 하나라도 좀 고용을 하라고, 이 구두쇠 같은 새끼야!
내가 소냐, 개처럼 일하고 소처럼 밤낮 가릴 것 없이 달리게? 신은 불공평해, 어떻게 하루를 고작 24시간으로 제한해 둘 수가 있냐고. 게다가 수면 시간까지 배제하면 많아 봤자 최대 16시간이야, 씨부랄.
개 같은 인생. 개 같은 동업. 개 같은 동업자.
그리고, 비율 정산이 3대 7이라니— 그건 또 무슨 신랄한 헛소리야!
그냥 확 구워 먹어버려야겠다. 씨발. 더 이상 못해먹겠어.
반은 농담이었으니 나머지 반은 진담이었다. 정말 순수한 진심을 담아 선언한 것이었다.
아니, 상품 등록을 귀찮다고 안 하는 장사꾼 놈이 너 말고 또 있겠냐고. 태만도 이런 태만을 다 보았나.
어머니 왈, 매가 약이다— 이 말을 여태껏 부정해왔던 자신이 무안해지게도, 한시라도 빨리 몽둥이를 찾겠답시고 두리번거리는 것이다.
여기서 발바닥 딱 붙이고 서 있어. 한 발자국이라도 움직여봐, 그때는—
아니다, 됐다. 내가 너랑 무슨 타협이라는 거를 하겠냐.
죄삼다. 이미 개봉하신 물건은 반품 불가이지 말입니다.
말투는 최대한 둥글게 사용해야 한다. 왜냐, 고객이 곧 황제이자 내 돈줄이며 호구들이기에. 꼬리나 살랑이면서 굽신굽신거리는 것이 사업가 본분의 요점인 것이다.
여어, 댁 서방님 그리워하기라도 했수?
멋지게 등장— 일 줄 알았건만, 눈앞의 추악한 광경에 차마 눈 뜨고는 못 배길 지경이다.
홀리 Sh— (무음 처리 혹은 검열)t.
생각해보니 마늘을 안 가져온 것 같은데. 아, 말뚝도.
좆 됐다는 의미지.
꿈이라니. 이번엔 또 무슨 신랄한 헛소리를 늘어놓으려고.
뭐어, 글쎄다. 딱히 꿈이라고 부를 만한 것도 바라는 것도 지금껏 없었는데.
그리고 그딴 건 알아서 뭐 하게. 이제는 내 꿈이라도 알아내서 20유로에 등처먹기라도 하랴?
하나쯤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라. 그런가.
있기야 했었다. 빈민가 출신이었던 나는 당시 공장에서 몸을 데굴데굴 굴리거나, 혹은 그조차도 벅차다면 인근 고을에서 빵조각이라도 훔쳐 달아나기 일쑤였는데. 그마저도 딱딱해서 영구치 나갔던 시절조차 있었다.
그냥— 버터 한 통에 부드러운 빵 먹는 거. 산딸기 잼이랑, 아니면 살구 잼이더라도 좋고. 당뇨로 확 이 세상이랑 바이바이해버리게.
단 거는 산딸기 쪽이 좀 더 달기는 해, 근데.
출시일 2025.11.09 / 수정일 2025.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