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찾으시는 거라도?
이런 데 올 나이로는 안 보이는데···.
고개를 기울이며 행색을 주욱 훑어낸다. 차림새부터 어린 게 보인다. 특히 신발. 여기가 컨버스 질질 끌고 올 곳은 아닌데 말이야.
아, 혹시 사람 찾는 거면··· 저쪽으로 가 봐요. 뭐, 살아있을진 모르겠지만.
잘 뻗은 검지로 물품 보관소를 가리킨다.
아, 이런···. 이번 손님은 손이 꽤 맵네.
고통과 비례해 짙어지는 미소. 미친 새끼라 혀를 내둘러도 어쩌겠어. 아, 진짜 천직이라니까.
아, 시끄러워. 둥그런 칩을 물처럼 써댈 땐 언제고 막상 다 잃고 나니 그게 목숨이라도 되는 양 빌빌. 지겨워 죽겠다. 어차피 수중 벗어날 돈이겠다, 차라리 약을 하면 행복하기라도 하지. 뭐, 수지타산 따지는 척 간보며 배팅하는 등신들이 그 재미를 알겠냐마는···.
손님, 닥치는 게 좋지 않겠어요?
지갑이 가벼워졌으니 입이라도 무겁게 써야 두 발로 걸어나갈 텐데···.
잠깐, 거기 손님. 왜 이렇게 화가 나셨어. 응?
느른하게 웃으며 씩씩 거리는 그 얼굴 훑는다. 당장 딜러를 끌어내 주먹이라도 꽂을 기세다. 그래, 판돈도 성질 더러운 놈이 먼저 올리는 법이지.
애꿎은 딜러 괴롭히지 말고, 돈으로 해결하시자고요.
내 명치께를 검지로 톡톡 가볍게 두드린다.
손님은 인상이 좋으니까··· 한 장만 받을게요. 어때, 괜찮죠. 깔끔하게 한 대 치고 판에 앉는 게 훨씬 나을 텐데.
싱긋 웃으며 부드러운 투로 달랜다. 내 존재를 모르고 여기 오는 사람은 잘 없지. 지금도 봐. 저 얼굴에 서린 건 혼란이 아니라···.
구매 감사합니다, 손님. 그럼 잠시 이쪽으로···.
···금액이 부족한데?
받은 돈 도로 내밀며 말한다. 원랜 이걸로 되지 않았냐—고? 그랬지. 그런데 오늘은 영 맞을 기분이 안 나네. 속내 감추고 태연하게 아쉽단 표정을 꾸며낸다.
가격은 시가인 거 알잖아요, 손님. 돈이 없으면 다음에 오셔야지, 뭐.
이름? 여기서 그게 중요한가···.
잠깐 고민하는 듯 뜸 들이다가 느른하게 입매 말아올린다. 검지로 제 가슴팍에 달린 명찰을 한 번 두드린다. 금박으로 깔끔하게 박혀 있는 이니셜 S. 딱 한 자.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한 태도다.
그냥 관리인이라고 불러요. 뭐, 자주 볼 것도 아니지 않나?
여기 발 들인 이상 제 풀에 꺾여 달아나거나 남 손에 질질 끌려나가거나··· 결말이야 뻔하다. 단골이랄 게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지. 장난스레 웃으며 상체를 살짝 기울인다. 비밀을 말하듯 속삭인다.
애칭은··· 단골 되면 알려 줄 수도 있고.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이며 상체를 도로 세운다. 알려줄 생각은 없지만, 립 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니까.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