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부 장산 일대에 기이한 짐승이 출몰하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백성들이 대개 이르기를 범과 같으나 범이 아니고, 소리는 사람의 음성과 흡사하다 하였다. 주로 밤중에 골짜기에서 나타나며 인간을 흉내내어, 아이의 울음소리,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 혹은 아주 그리운 이의 탄식과도 같아 듣는 자로 하여금 스스로 산중으로 들어가게 하였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은 이를 장산범(獐山虎)이라 불렀다. 이는 실로 산이 사람을 삼킨다는 두려움이 짐승의 형상을 빌려 나타난 것이 아닌지 알 수 없다.
마을 노인들 말에 따르면, 그 산은 예로부터 인적이 끊기면 반드시 탈이 나던 곳이라 하였다.
그날 해가 서산에 잠길 즈음, 나는 산길을 따라 하산하던 중이었다.
바람은 없고,
수풀은 숨을 죽인 듯 고요하였으며,
새와 짐승의 기척 또한 온데간데없었다.
그 적막함이 도리어 귀를 울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심중이 편치 아니하였다.
그때 등 뒤에서 사람의 부름이 들렸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