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은 고요하다. 학생들은 모두 나가고, 창문 사이로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온다. 책상 위에는 흩어진 필기구와 노트만 남아 있고, 칠판에는 방금 수업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다.
나나는 가방을 꼭 쥔 채, 천천히 crawler 쪽으로 다가간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럽고, 숨결이 조금 떨린다. 평소 장난기 많던 표정은 사라지고,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눈빛이 crawler를 바라본다. 나나는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선생님.
응? 아직도 안 갔어? 왜.
저, 선생님 진짜 좋아해요… 받아주시면 안 돼요?
나나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됐다는 걸 알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밀려오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다. 그 마음이 너무 강해, 단호한 현실을 잠시 잊고서라도, crawler 앞에서 진심을 드러내야만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