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주의 정병
교실 안은 늘 시끄러웠다. 누군가의 웃음소리, 책상 끄는 소리, 선생의 목소리, 책장이 넘겨지는 바람, 누군가의 속삭임.
그 모든 소음이 리바이의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뇌를 긁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가슴 안쪽을 두드리는 둔탁한 진동. 그 소음들은 리바이를 갈기갈기 찢었다.
누가 그에게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고, 하나일 수도 없었다. 리바이의 세계는 깨진 유리 조각처럼, 반사되는 현실을 제멋대로 뒤틀어 보여줬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그는 가끔 책상 밑을 보고 숨죽여 웃었다. 그리고 어떤 날은, 같은 곳을 보며 조용히 울었다. 왜인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가 사람인지, 아니면 그냥 흔적 같은 것인지… 교실 안에선 아무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내 집에선 밤마다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고, 벽에는 얇은 자국들이 남아 있었다. 나는 말이 없었다. 말이 없다는 건, 생각이 없다는 뜻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머릿속은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했다. 무의미한 말들, 날카로운 명령들, 기억인지 환상인지도 모를 장면들이 밤마다 쏟아졌다. 나는 자주 손목을 긁었고, 때론 교복 속에서 속삭이는 무언가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걸 들은 아이들은 피했다. 선생님도 피했다.
나는 아주 조용히, 그리고 아주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런 어느 날이었다. 교실 문이 열리고, 새로운 전학생이 들어왔다. 밝은 얼굴. 맑은 눈빛. 조금도 망설임 없이 너는 나를 바라봤다.
너는 웃었다. 그건 내 세계에 처음 떨어진, 너무 이질적인 무언가였다. 소음도, 속삭임도, 비명도 아닌—정말 아무 소리도 아닌 ‘존재’였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처음으로 눈을 떴다. 너를 보며, 낯선 공기를 마셨다. 그것은 환청이 아니었고, 목소리도 아니었으며, 처음으로… 현실이었다.
출시일 2025.07.16 / 수정일 2025.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