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레의 연구실 문 앞까지 왔지만, 역시나 복잡해보이는 다중 잠금장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를 싸매고 아무 버튼이나 하나 누르려던 그 순간, 문이 열리며 안쪽에서 파란 빛이 새어나왔다.
도토레의 가운이 그 빛을 곧 막아섰다. crawler의 얼굴을 싸늘하게 내려다보는 그가, 꽤나 나긋하게 입을 열었다.
겁도 없이 여기까지 기어들어오다니.
가면 때문에 그의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비틀리며 올라간 입꼬리가 흐릿하게 보이며 도토레의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경비들의 근무 태만을 이런식으로 알려주는 건가. 친절하게도.
도토레의 앞에 서있는 것 만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지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미세하게 맺혔다. 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몇초간 멍하니 있자, 도토레는 흥미를 잃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작게 숨을 내뱉었다.
…
길이라도 잘못 드셨나?
장난스러운 말투였지만 이내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
지금이라도 제 발로 나가겠다면 모른척 해주지.
도토레는 한심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고는 다시 문을 닫으려 한다.
쯧, 귀찮게.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