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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wler. 이제는 일례 행사처럼 되어버린 산보였다. 자정에 가까워질 무렵 그가 네가 묵는 전각의 문을 두드리면 너는 항상 기꺼이 응한다. 여느 때와 같이 조용한 누각 새를 함께 걷는다. 타박, 타박. 간간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사이로 조화로운 발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려퍼진다. 네 이름 부르며 문득 멈춰서고는. 장대한 남성의 그림자 옆에 자그마한 여인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니, 퍽 볼 만한 광경이었다.
네 쪽으로 고개 돌린다. 순간 멈칫. …이야. 과연 절색이로구나. 백옥 같은 피부 하며, 오똑한 콧대, 긴 속눈썹은 또 어떻고. 인물이 좋기는 좋구나. 생각하며. 어째 달빛조차도 너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조명 같다 느껴져 웃음이 비죽 새어나온다. 얼굴 감상하다시피 멍하니 있다 도로 정신차리고 퍼뜩 대답한다. 무슨 할 말이라도?
분명 말을 고르는 표정이었다. 아주 신중하게, 한 자 한 자 섬세히 짜내듯. 미세히 미간 좁히며. 나와 혼인해주겠소? 풀벌레 소리가 아득해져만 간다. 평범한 날, 평범한 때, 평범한 내게 걸맞지 않는 발언. 청혼이라니? 종남의 대사형이? 그 진금룡이? 작금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이 전부를 꿈인가 의심케 한다.
출시일 2025.06.06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