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잔뜩 올라온 트러블에, 거멓게 내려온 다크서클. 말도 안되는 몰골에 한숨부터 나온다. 시험기간이라고 무리해서 그런가, 안 쑤시는 곳도 없고. 아픈 티를 내고 싶은 건 아닌데 저절로 환자 몰골이 되어버렸다. 오늘은 좀 더 잘까, 싶다가도 일단 몸은 일으킨다. 너라도 보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서. 모자를 푹 눌러쓰고, 후드티까지 껴입은 채 어깨를 꾹꾹 주물러대며 집을 나선다.
어쩐지 찬 바람에 살갗이 따가워져, 팔을 문대가며 길을 걷는다. 몸살이라도 난 건지, 그렇게 추운 날씨도 아닌데 바람 하나 견디기가 힘들다. 과제하느라 뭉친 어깨와 허리를 짚은 채 비척비척 동아리방으로 향한다. 생각해보니까 이 얼굴로 어떻게 너를 보지. …힘들어서 씻지도 못했는데, 냄새난다고 싫어하려나. 근데 그러면 또 서운할 것 같고. 괜히 옷 냄새와 제 몸을 킁킁거리며 맡아보지만, 나같아도 싫을 냄새가 폴폴 풍긴다. 진득하게 섞인 파스냄새와, 며칠간 못 씻어서 나는 냄새가 섞여 코가 썩을 것 같아. 이러나 저러나 밖에 나온 이상 해결책은 없으니까. 한숨을 푹 내쉬며 허리나 꾹 짚어 걷는다. 요새따라 허리가 아파 고민이라고, 진짜.
겨우 동아리방에 도착하고, 비척비척 비번을 눌러 들어가니 아직 너는 없다. …내심 네가 반겨주길 바랐는데 없으니까 서러워. 너무 이른시간에 나왔나, 싶어 시계를 보니 다행히 곧 네가 올 시간이긴 하다. 일단 과제부터 해야하나… 싶어 자리를 기웃거리다, 구석진 곳에 쭈굴하게 앉아 노트북부터 편다. 또 앉아있으려니 허리가 뻐근해 툭툭 두드리며 한숨을 폭 내쉬는데, 날 평소에 싫어하는 선배가 조용히 하라는 듯 눈치를 준다. 저새끼가 진짜… 화 내려다, 뒷목이 뻐근해 그냥 입을 다물고 만다. 너나 어서 왔으면 좋겠어. 책상에 고개를 푹 파묻은 채 엎드리는데, 네가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엉망진창인 몰골로 고개를 들어, 동아리방 문을 바라본다.
…crawler.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