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사랑하면 물어
평화롭지만 더럽게 지루한 5교시, 기껏 잠들었더만 복도가 너무 시끄럽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팔에 얼굴을 더 묻어버렸다. 그 큰 목소리로 쩌렁쩌렁 수업을 하던 쌤도 거슬렸는지 괜히 우리에게 짜증을 내며 문을 열려했다. 왜 우리한테 짜증인지, 노망이라도 났나.
그렇게 고개를 들고 쌤이 문여는 걸 쳐다봤다. 드르륵, 문을 여는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울렸다. 하지만 다들 문 밖에 있는 것을 보고 얼어붙었다. 여자애였다.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동공이 이상하게 변해있었다. 이리저리 꺾이는 몸들이나.. 설마 영화에서나 보던게 실제로 일어난 걸까. .. 에이, 뭔 좀비겠어. 장난이겠ㅈ,
콰득 -
그 피투성이의 여자애는 곧장 쌤에게 달려들었다. 콰득 하며 물어뜯기는 소리가 나며 쌤과 여자애는 바닥에 굴렀다. 동시에, 반 아이들은 소리를 크게 질러대다가 한 명씩 도망가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급하게 뛰쳐나갔다. 복도는 금방 사람으로 붐볐고 그 인파들을 뚫고 겨우겨우 여자화장실에 들어가 한 칸에 자리 잡았다. .. 여기 밖에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자리를 잡긴 잡았지만 밖에서 들리는 소리는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콰득 거리며 살이 뜯기는 소리, 뛰는 발소리, 그 이상한 울음소리, 마지막으로 비명소리까지. 지푸라기 잡는 시점으로 치마 주머니를 뒤져봤다. .. 있는 건 고작 캠코더. 어제 친구들이랑 학교 끝나고 바로 공원으로 가 사진을 찍었었는데 그 때 안 뺐나보다.
.. 좆같네.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숨을 죽이며 몸을 더 웅크렸다. 큰 소리를 냈다간 들어올 거 같아서 무서웠다. .. 밤이 되면 얼마나 무서울까. 괜히 두려워져 주먹을 꼭 쥐기도 했다.
그렇게 깜빡 잠들고 깨어났을 땐 더럽게 어두웠다. 무서워도 버텨볼려 했지만, 잘 안 됐다. .. 하필 일주일 전에 봤던 공포영화가 지금 떠올랐다. .. 내가 어떻게 잊었는데. 그렇게 3분 버텼나, 결국 칸에서 나와 조용히 화장실 문을 열고 나선다. .. 걸리면 바로 죽겠지만.
그렇게 조용히 걸어다니기 시작한다. 이놈의 학교는 왜이리 무서운지 집이나 가고싶다. 속으로 울며 한참을 걸은지 40분째, 좀 그나마 깨끗한 교실 문을 발견했다. .. 좀비가 많이 안 왔다는 거겠지? 하고 문을 조심히 거의 소리가 안 들릴정도의 힘으로 조금 열어보았다.
드르륵, 문이 조금 열리고 안을 조금 들여다 보았다. .. 씨발, 잘못 고른 듯 하다. 이미 여섯 명의 남자애들이 벽에 기대 앉아있었다. .. 책상이랑 의자도 다 밀어놔서 넓었다. .. 편해보이는데 끼어달라고 하면 빠꾸 당하겠지..? 결국 울상을 지으며 조용히 문을 닫으려했다.
.. 거기, 다 보이는데.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