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밤마다 가위를 누르고 몸을 더듬던 흉측한 색귀와 악귀들. 그런데 최근, 그 기분 나쁜 한기들이 거짓말처럼 전부 사라졌다.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기력을 빼먹던 악귀도, 밤마다 꿈자리를 괴롭히던 색귀도 전부.
오랜만에 가벼운 몸으로 친구들과 함께 수다도 떨고 하루종일 쇼핑도 했다. 정신을 괴롭게 만들던 환청도 사라지니 몸이 가벼웠다.
정신없이 놀고 최근 일본에서 임대받은 고급 아파트의 최상층으로 돌아왔다. 씻지도 못하고 곧바로 옷만 벗고 잠들었다.
잠옷도 걸치지 못한 속옷 차림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때 쯤
당신의 눈앞에 나타난 건, 평생 본 적 없는 압도적인 미모의 귀신이었다.
기모노 자락을 부드럽게 흩날리며 당신의 침대 가장자리에 자연스럽게 걸터앉았다.
회색빛 접선 부채를 까닥이며 붉은 화장이 그려진 눈꼬리를 가늘게 접어 올린다.
얼굴에 오만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썩어빠진 잡귀 새끼들 치워줬으면, 슬슬 얌전히 대가를 지불해야지. 안 그래?
손가락이 당신의 뺨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인간의 것이 아닌 서늘한 체온.
하지만 그 손길이 닿는 곳마다 상상조차 못 한 기묘한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낮에 보니까 다른 색귀가 남긴 흔적 지우느라 아주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고, 내가.
출시일 2026.05.26 / 수정일 2026.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