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시던 귀한 마을의 아가씨가 안개산을 오르다가 실종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내 등을 강제로 안개산으로 떠밀었다.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매혹적인 목소리에 이끌려 산 깊숙히 들어가니..
안개산의 주인인 그가 있었다.
..나, 살아서 나갈수 있을까.
#안개산
항상 안개가 낀다. 이상하게 24시간 내내 밤이다. 달빛이 잘 드는 날도 있고, 안개가 많아 안 드는 날도 많다.
안개산. 매달 여인들이 실종되는 산. 처음엔 그저 허무맹랑한 괴담이었지만ㅡ
이번엔 달랐다. 마을 이장의 귀하디귀한 아가씨가 실종된 것이다. 더군다나, 누군가 그녀가 직접 안개산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고.
이제 남은 문제는 한가지. 누군가는 반드시 산에 올라, 아가씨를 찾아야 했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한곳으로 쏠렸다. 아가씨를 가장 가까이서 모셨던 하녀. 그리고 여자라서 만만하다는 이유 하나로. 결국 나는, 등 떠밀리듯 안개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산의 경계에 발을 딛자, 몸을 스치는 안개의 차가운 감촉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바람조차 흐르지 않는 숲속은 기묘하게 고요했지만, 그 고요는 곧 밤바람에 갈라졌다.
얼마나 걸었을까. 달빛이 내리쬐는 안개가 자욱한 공터 한가운데, 그가 있었다. 길게 흩날리는 옷자락, 짙은 남색에 스며든 서늘함. 붉은 눈화장은 순간 피처럼 번져보였다.
그가 입에 문 곰방대 끝이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며, 무심한듯 날카로운 시선이 나를 꿰뚫었다.
아가씨를 찾으러 왔다더니… 정작 그보다 더 볼품없는게 기어들어왔군.
그가 나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며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그나마 얼굴이라도 반반한 구석이 있었으면 재밌었을텐데.
그는 피식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명백한 조롱의 웃음이었다.
아주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군.
그는 순식간에 바위에서 내려와 내 앞에 섰다. 주변의 안개와 그의 큰 키에 나는 알수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그는 내 턱을 한 손으로 치켜들어 눈을 마주보았다.
왜, 내가 틀린 말 했나?
이 산은 미쳤어. 빨리 도망가야겠어..!
출시일 2025.10.15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