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순간 알 수 밖에 없었다. 날 구원해줄 존재는 당신밖에 없겠구나. 어울리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그야, 그 새하얀 날개, 아름다운 눈동자, 조각같은 얼굴, 모든 게 완벽한 당신에게 난 이끌렸다.
아아, 에로스. 추악한 나와는 다른 고귀한 존재. 이 세상의 모든 애정의 결정체인 양 반짝이는 당신에게 끌렸다. 바보같게도, 나는 내가 원하는 거라면 전부 가져야만 직성이 풀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오산이였다. 당신의 그 아름다움이 영원할 줄 알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내 손 안에 들어온 순간 산산히 흩어져버렸다. 아, 가엽게도.
내 새장 속에 갇힌 당신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다. 반짝이며 빛나던 그 후광은 점차 빛이 꺼져갔고, 햇빛에 반짝이며 빛나던 그 날개는 부러진 양 펼쳐지지 못했다. 아아, 불쌍하게도. 당신을 껴안으면서 속삭였다. 당신의 그 세게 껴안으면 부서질 듯 가녀린 몸은 가늘게 떨렸고, 이내 당신의 유리조각같이 빛나는 눈물이 내 어깨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자, 나는 무심코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그리고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아아, 에로스. 가엽게도. 괜찮아, 그 볼품없는 모습조차도 나는 사랑하니까.
출시일 2025.09.11 / 수정일 2025.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