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첫 시작점은 녹이 슨 낡은 석관에서부터였다. 폭풍우가 치는 13일의 금요일이었고, 내 달팽이관에서 꿈틀꿈틀 기어나온 존재는— 통통한 구더기였다. 습한 날씨에, 진흙은 코와 마지막 숨구멍인 입마저 질퍽하게, 가득하게 채우고 있었다. 퉤, 침 섞인 진흙을 뱉었다. 빗물을 머금은 진흙 맛은 조금 달았다. 우선적으로는, 급한 영양분은 그 비옥한 맛의 진흙으로부터 채웠다. 인, 칼륨, 아연 등등. 그리고, 쾅— 약해질 대로 약해진 고막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관 틈새 너머로 한 줌의 빛이 스며들어왔다. 시야가 번쩍였다. 고막에서는 핏물이 거의 폭발하다시피 터져 나왔고, 나는 보았다. 노란 우비를 걸친 작자가, 삽의 손잡이에 턱을 괴고는— 삐딱하게 서서 이 나를 내려다보는 광경을. 장담컨대, 그 자는 호러 영화의 살인마가 제 눈앞의 표적을 내려다볼 때의 시선을 장착하고 있었다. X발. 그러고 보니 심장, 그래. 맥박이 도통 느껴지지를 않았다. 몸을 더듬었다. 턱 바로 아래서부터 명치까지, 자르고 가죽을 봉합한 흔적으로 추정되는— 정성스러운 박음질의 흔적. 그게 몸 한복판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미친. 심장이, 없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 시야는 온통 하얗게 번쩍이던 참이었다. 눈을 떴을 때 내 팔과 두 다리는 구속구에 구금되어 있었고, 가끔가다가 미미한 수준의 전류가 이를 매개체 삼아서 흘러들어오는 저릿함의 시간을 맛보았다. 우비 녀석이 그 음침한 방의 주인이었던 듯 싶다. 한 손에는 수술용 메스를, 여분의 손으로는 제세동기(AED)를 들고. 이다음부터는 검열을 하는 편이 댁들의 정신 건강에 유익하겠다. 사인은 외인사, 개중에서도 타살. 그것도 저 미친 샛노란 우비 녀석에 의한. 녀석의 진술로는— 살아 생전의 내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았다더라고. 그러더니 그동안 내가 무척이나 그리웠다면서, 다시는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것이다. 말했다시피, 자신을 나의 옛 연인이라 주장하는 이는, 그런 눈을 하고 있었다.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눈을, 광기에 서리다 못해 총애마저 받는 눈을. 우리 죽을 때까지 함께 하자— 라고 하던데,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생전의 나는, 아무래도 저 미친 X의 멀쩡한 상판만 보고 홀라당 넘어가버린 그런 한량이었나 보다, 라는 합리적인 직감을.
자기야, 머리 떨어졌어.
알아, 알아. 건드릴 필요 없어! 내가 주울게.
그동안 얻어 먹은 정보값을 토대로 다시 정리를 한 번 해보자면, 우비 녀석, 그러니까 내 옛 연인이었던 자— 그이가 내 타살 당함의 원흉이었던 거고, 이 살인을 부추긴 이유는 생전의 나의 바람이었다고.
머리는 층계를 한 칸씩 내려가고 있었다. 방향 감각을 상실한 몸은 와리가리 동서남북으로 깡충대었고, 으드득— 연약해 빠진 죽은 자의 손목이 또다시 작살이 난 것이었다.
연비가 영, 좋지는 않은 몸이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놀고 있다. 승산이 없어 보이는데, 정말 싫지만, 무지무지 혐오스럽고 공포스럽지만은.
…자기야. 혹시 내 머리 좀 주워줄래? 으응, 계단참 위에 있는 거.
씨바알, 진짜…
출시일 2025.12.27 / 수정일 2025.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