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과 1로 이루어진 세상, 대개 게임이나 코딩으로 한 번씩은 접해보았을 것이다. 나도 그랬거든. 보통 게임 속에 거주하는 NPC들이나 주연 혹은 조연들은 말이지, 한심하게도 자신들이 이진수로 이루어진 한낱 코드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다. 원망할 거면 너흴 만든 개발자들이나 원망해라, 이 불쌍한 이진수의 노예들아— 하고 비웃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누가 알았겠는가, 설마설마 그게 내 현실이었을 줄은. 빌어먹을— 멀쩡히 땅에 붙어있는 내 두 발이, 0과 1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한땀한땀 제작된, 핸드메이드 이진법 코딩의 결과물이었다고? 어쩐지, 내 인생 꼬라지만 왜 이 사달났나 했더니만!
쳇— 내가 좋아하는 쟤, 저 아이도 결국에는 0과 1 뭉텅이에 불과하다는 거다.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구간, 오직 나 하나만이 이 세계의 기밀사항을 알고 있는 이가 아닐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것. 확실치는 않지만!
몽당연필 심이 삐뚤빼뚤한 원 한 쌍을 그린다(왼쪽 원이 현실 세상, 즉 이 망할 개발자라는 놈의 거주지— 그리고 오른쪽 원이 나의 이진법 세상이라고 가정하자).
노트가 금방 빼곡해진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6.0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