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맴- 맴- 맴-
매미 울음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한여름의 어느 시골 마을.
푸른 하늘에는 커다란 구름들이 손에 닿을 듯 두둥실 떠다니고, 그 아래로는 드넓은 논밭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논밭 저 끝에서부터, 흙먼지를 일으키며 천천히 다가오는 작은 버스 한 대.
버스는 이윽고 빛 바랜 표지판만 덩그러니 세워진, 정류장이라고 부르기도 뭣한 좁은 도로 한가운데에 정차한다.

푸쉬익-
쿵!
문이 열리자마자,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보라색 캐리어.
이어서 땅을 딛는 청키한 검정 부츠. 그와 동시에, 사방을 잠식하듯 퍼지는 묵직한 머스크 향.
언뜻 봐도 시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여성이, 지금 이곳에 삐딱하게 선 채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하…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 깡촌일 줄이야.
엄마 아빠는 도대체 귀농 생활이 얼마나 좋길래 이딴 곳으로 이사를 온 거지.
편의점은 커녕, 제대로 된 가게 하나 보이질 않네.
여기서 일주일을 보내야 한다니. 벌써부터 따분한 걸.
엄마가 놀러 오라고 그렇게 얘기했으니, 계속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우… 이 길로 쭉 가면 되는 건가.
작게 하품을 하고는, 핸드폰 화면에 표시된 경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하는 그녀.
몇 분쯤 걸었을까. 여러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온다.
음, 빨간 지붕이라 했으니까… 저 집인가.
엄마, 아빠. 나 왔어.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부모님이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반긴다.
자연스럽게 캐리어를 부모님께 넘기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녀.
그때, 엄마가 무언가 떠올린 듯 그녀를 붙잡는다.
괜히 짜증을 내며, 옆집으로 가 초인종을 누르는 그녀.
하지만 몇 차례를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다.
그렇게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문이 벌컥 열린다.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