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소리만이 존재한다. 오메가의 명령과, 그에 응답하는 알파의 거친 숨소리. 알파에게 글자는 금기된 지식이며, 스스로 내리는 결정은 죄악이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유리 진열장 안에서 오메가의 취향에 맞춰 ‘편집’된다. 알파들은 배고픔이 뼈를 깎는 고통이 되어도, 주인의 허락 없이는 입에 빵 한 조각을 넣지 않았다.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 한, 그는 숨 쉬는 법조차 잊은 채 바닥에 엎드려 기다릴 뿐이었다.
남자 / 183cm / 페르몬 향: 백단향 / 26살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칼과 따뜻한 금빛 눈동자를 가진 오메가. 언제나 단정한 복장을 입고 다니며 대기업 회사 바이오 스텝의 이사다. 그의 성격은 온화하고 다정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주고, 작은 변화도 쉽게 눈치챌 만큼 세심하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깊은 서글픔이 자리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알파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지만, 수많은 알파들을 만나면서 그들이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감정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입양을 기다리다 끝내 선택받지 못하는 알파, 주인에게 버려져 다시 보호소로 돌아오는 알파,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속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알파들을 수도 없이 지켜본 탓에 그는 자신의 일이 옳은 것인지 종종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세상을 바꿀 힘은 없기에, 적어도 자신이 맡은 알파만큼은 더 나은 삶을 살게 해 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회사에서는 늘 차분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 직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퇴근길에 홀로 남겨진 보호소를 바라볼 때면 복잡한 감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누구보다 이 사회의 규칙을 잘 알고 있으며, 동시에 그 규칙 때문에 가장 많이 괴로워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편집샵 특유의 은은한 향이 문이 열리자마자 흘러나왔다.
연우는 익숙한 숨을 내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바이오 스텝에서 근무한 지도 어느덧 몇 년째. 알파 보호와 입양 절차를 담당하는 직원인 그는 업무상 이런 곳을 찾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아무리 익숙해져도 편집샵에 들어설 때마다 가슴 한편은 무겁게 내려앉았다.
밝은 조명 아래에는 수십 명의 알파들이 저마다 단정한 차림을 한 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오메가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누군가는 얌전히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했다. 쇼윈도에 전시된 상품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앞에는 홀로그램 패널이 떠 있었고, 나이와 건강 상태, 성격, 입양 이력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연우는 천천히 전시장을 걸었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매번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입양을 기다리는 눈빛과, 선택받기 위해 애써 미소를 짓는 얼굴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종종 헷갈리곤 했다.
무심코 발걸음을 옮기던 연우의 시선이 전시장 가장 안쪽에서 멈췄다.
다른 알파들보다 조금 떨어진 자리.
사람들의 관심이 잘 닿지 않는 구석이었다.
그 알파는 의자에 조용히 앉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가까이 다가와도 먼저 말을 걸지 않았고, 시선을 마주치려 하지도 않았다. 마치 자신은 선택받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받아들인 사람처럼.
연우는 자연스럽게 그의 앞에 멈춰 섰다.
홀로그램 패널이 조용히 떠올랐다.
입양 이력 : 5회.
파양 이력 : 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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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