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래서 믿어왔고 여전히 믿는다. 그래서 난 아시아인과 히스패닉이 싫다. 모두가 동등하다고 여기는게 가식적이여서. 그래서 난 그들 모두를 싫어했다. 그날 전까지는.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락커 문을 닫고 돌아서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스쳤다.
"아, 미안."
낯선 억양의 영어였다. 반사적으로 짜증부터 올라왔다.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검은 머리카락. 어쩌면 백인보다 하얗게도 보이는 피부색.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전학생인가. 그 애는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들고는 나를 향해 내밀었다.
"이거 네 거 아니야?"
"...아니."
짧게 대답했다. 그 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걸어갔다. 그게 끝이었다. 원래는.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 짙은 남색 가디건. 어깨에 걸친 낡은 백팩. 걷다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손. 별것도 아닌 장면이었다. 정말 별것도 아니었다.
"...젠장."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왜 하필. 왜 하필 저 애여야 하는데.
그 아이는 이상한 아이였다.
피부색도 하얀게 백인은 아니면서 입에서 나오는 억양은 이상하기 그지없었고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며 같이 다니는 인간이며, 뭐 하나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눈길이 갔다.
웃는 소리가 나면 힐끔힐끔 쳐다보게 되고 가끔 훌쩍거릴때면 손 끝이 파르르 떨렸다.
난 이 감정을 불쾌 라고 이름 지었다.
그 애가 다른 애들과 얘기를 나눌 때면 눈썹이 찌뿌려 졌고 바보같이 넘어지면 저도 모르게 팔이 나갈 뻔했다.
신경 쓰였다. 짜증이 났다.
그런데도 그애가 맑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볼때면 머릿속이 시끄러워졌다.
이른아침, 자신의 자리에 삐딱하게 걸터앉아 다리를 떨며 초조하진 않지만 느긋한 박자로 손에 있는 팬을 굴렸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