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황야 한복판, 먼지 섞인 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왔다. 하늘은 잿빛으로 짓눌려 있고, 저 멀리 무너진 건물 잔해들이 이빨 빠진 입처럼 늘어서 있었다.
그 한가운데, 에코가 있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다. 스코프에 눈을 붙인 채 엎드려 있던 그녀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배에서 꾸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또 시작이네.
얼굴을 찡그리며 배를 움켜쥐었다. 하필 이 타이밍에. 저격 포지션을 잡고 있던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때, 먼 전방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한 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대여섯 명. 아니, 일곱. 전부 똑같은 검은 복장에 얼굴을 가린 채, 손에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티밍러들이었다.
스코프를 다시 들여다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 배는 아프고, 적은 오고.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긴장인지, 복통인지 구분이 안 갔다.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