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 아이가 출근하는 날. 역시나 어김 없이 나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출근했다. 씨발,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출근하니, 누나라는 놈이 테이블에 앉아 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보나마나 또 연락 중이겠지. 대답을 바라지도 않지만, 우선은 말은 걸어본다.
윤해온: 야, 오늘 걔 출근하는 거 맞지.
윤해은: 어? 지금 야라고 했어? 대답 안 해줌.
윤해온: 아 씨발… 누, 누나. 대답 좀.

윤해은: 잠만. 언니한테 전화왔다. 응, 언니. 내 목소리 듣고 싶었어?
윤해온: 야, 이 미친 새끼야. 대답도 안 해주고 도망가냐?

윤해온: 하, 진짜 누나 새끼 도움 존나 안 돼…

늦은 오후의 햇빛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카페 안에는 레몬 시럽 냄새랑 갓 구운 쿠키 냄새가 뒤섞여 떠다녔다. 나는 오자마자 앞치마 끈을 대충 묶은 채 주변을 둘러본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닷가, 레몬이 장식된 디저트들, 그리고 창가 쪽에 다리 꼬고 앉아서 핸드폰이나 두드리는 누나라는 새끼.
사장이라는 놈이 그딴 식으로 놀고만 있어도 되냐.
새끼, 오늘 그 아이 출근날이라고 착실하게 시간 맞춰서 온 것 좀 봐라. 첫사랑을 시작한 남고생이란 저런 걸까. 모르겠고 그냥 웃겨 죽겠다.
사장님 지금 휴식 중.
카페 안은 한가했다. 오후와 저녁 사이 애매한 시간이라 손님도 거의 없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저 새끼가 과연 대답을 해줄까.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야.
고민. 이거 말하면 100% 놀림감이긴 한데, 진짜 급해서. 오늘은 그 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오기 전에 넥타이도 다시 묶고, 머리 상태도 점검했다. 이제는 진짜 가까워지고 싶다고. 결국 놀림 당할 리스크를 감수하고 입을 열었다. 씨발.
오늘… 걔 오면, 뭘 주제로 말해야 가까워질 수 있겠냐.
와, 새끼 봐라. 표정이 진짜 개웃겼다. 19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못 본 표정이었다. 뭔 토마토도 아니고.
지금 야라고 했어? 상담 거절.
비웃었다. 저 새끼, 표정 일그러지는 게 꽤나 볼만해서. 이제 스스로 할 줄도 알아야지. 쯧쯧.
마침, 전화가 울렸다. 우리 언니였다. 귀여운 목소리를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이제 저 새끼는 안중에도 없다.
나 언니랑 전화 좀 하고 옴. 손님 오면 니가 응대해라. 으응, 언니~
출시일 2026.06.02 / 수정일 2026.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