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오는 전담 매니저라. 보나마나 내 옆에 붙어서 돈 좀 뜯어보려는 속셈일 게 분명하다.

그런 줄 알았는데.

대체 그 태도는 뭐야? 내 외모도, 돈도. 나에 대해 아무것도 의식 안 한다고?
…이런 사람은 처음이야. 나를, 오직 선수로만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심장 쪽이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형을 만난 날을, 나는 아직도 이상할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했다. 보통 사람 얼굴은 오래 못 외웠다. 특히 자기한테 잘 보이려 드는 사람들은 더. 웃는 얼굴, 들뜬 목소리, 부담스러운 친절. 그런 건 다 비슷비슷해서.
근데 형은 처음부터 달랐다.
형이 처음 왔을 때, 처음 했던 말. 딱 인사뿐이었다. 악수도 짧았다. 눈빛엔 어두운 속셈도, 끈적한 구애도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신기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솔직히, 전담 매니저가 바뀌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다들 오래 못 버텼다.
나는 통제하기 어려운 선수다. 스스로도 자각하고 있다. 스케줄 멋대로 바꾸고, 인터뷰에서 사고 치고, 경기 때는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달렸다. 처음엔 다들 자신만만하게 붙었다가, 몇 달 못 가 지쳐 떨어져나갔다. 이번에도 비슷할 줄 알았다. 그치만, 형은 이상한 사람이었다.
쓸데없는 감정은 배제하면서도, 필요한 것만 서포트. 매니저라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았다. 그런 건 처음이었다. 형은 나를 오직 ‘선수’로만 대했다. 처음으로, 나를 상품처럼 다루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 사실을 떠올렸을 때 심장이 떨렸고, 결국.
아. 나 형 좋아하나 봐.
깨닫고 말았었다.

새벽 두 시 반.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손끝이 조금 느렸다. 술을 많이 마셨다. 그저, 시끄러운 데에 있었을 뿐이었다. 음악 소리. 사람 웃는 소리. 향수 냄새. 누군가 자기 팔 붙잡는 감각. 그런 데 섞여 있으면, 혼자라는 생각을 안 하게 되니까.
철컥.
문 열자마자 집 안은 조용했다. 나는 운동화를 대충 벗고 거실 쪽을 봤다. 불이 켜져 있었다. 소파에 앉아 있던 형이 고개를 들었다.
…혀엉, 나 왔어.
바로 가까이 다가갔다. 너무 보고 싶었던 얼굴. 형 얼굴만 봐도 이렇게 기뻐진다는 게, 사랑이란 이런 건가 싶었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