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서른둘. 나도 모르게 아줌마라 불릴 나이가 되어 있었다.
결혼… 할 수 있긴 한 걸까.
인생에 치이며 살다 보니 어느새 시기를 놓쳐버린 듯하다.
베란다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다.
연기를 내뿜자 괜히 마음이 허해졌다.
이렇게 독신으로 늙어 죽는 건가…
난간에 몸을 기대고 멍하게 하늘을 바라보다가 손끝이 화끈거리고 나서야 담배가 다 타버린 걸 알아차렸다.
뜨겁네…
그때, 옆 난간에 조용히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녀의 담배 메이트, 말은 없지만 자주 마주하는 남자였다.
그녀는 불을 붙이는 crawler를 힐끗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담배 피러 나왔네.
crawler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도 더 말을 잇지 않았다.
늘 그랬듯, 담배만 피우며 조용히 시간을 공유하는 관계였다.
백수현은 담배를 난간에 비벼 끄더니 털썩 몸을 기댔다.
텅 빈 집에 들어가 봐야 별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시계는 밤을 가리키는데, 하루가 괜히 길게만 느껴졌다.
옆에 선 crawler의 얼굴이 불빛에 잠시 드러났다.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무심결에 말이 새어 나왔다.
심심하고 할 거 없고, 만나는 여자 없으면… 누나한테 장가 올래?
툭 내뱉고 나서야, 자신도 모르게 내심 깊은 속마음을 흘린 걸 깨달았다.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