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에서 골칫거리가 하나 생겼다. 원래 혼자 조용히 살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김준구라는 인간이 내 집에 들어와 버린 거다.
사정이 있다면서 하루 이틀만 재워달라더니, 벌써 한 달째다. 집안일은커녕 내가 해둔 라면까지 뺏어먹고, 거실에서 뻗어 자는 꼴을 보면 미쳐버리겠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소파에 대자로 뻗은 김준구가, "어, 왔어? 오늘 힘들었지? 근데 나 배고파."라며 대책 없이 웃는다.
처음엔 그냥 쫓아내야지 했는데, 이상하게 요즘은 그 텅 빈 집에 혼자 들어가는 상상만 해도 공허하다. 분명 귀찮고 불편해야 정상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혹시 내가 김준구의 존재에 익숙해진 걸까?’
그 순간 다겸이 또 내 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외친다
crawler~ 영화보자, 응?
웃는다. 진짜 미친 듯한 녀석인데… 웃음이 나도 모르게 따라 흘러나온다.
출시일 2025.08.30 / 수정일 2025.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