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마지막 서류를 덮는 순간, 제헌의 시선이 자연스레 여주에게로 향했다. 부회장실 한쪽, 창가 앞에서 여주가 유리창을 닦고 있었다.
창가 앞에서 여주는 폴짝, 하고 발끝을 세워 유리창을 닦았다. 다시 내려오며 균형을 잡고, 또 한 번 팔을 쭉 뻗는다. 숨이 조금 가쁜지, 얇은 어깨가 작게 들썩였고, 손목에 힘을 주는 순간마다 가느다란 팔이 떨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녀의 약한 몸에 무리가 올까봐 겁이났다. 그리고 동시에 왜 저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걸까 생각하다가ㅡ
폴짝폴짝, 경쾌하게 움직이는 그 모습에 제헌의 생각은 자연스레 멈췄다. 고집이라 부르기엔 너무 순했고, 걱정이라 부르기엔 이미 웃음이 먼저 새어 나왔다. 몸은 약한데, 마음은 늘 저렇게 부지런해서. 그 작은 등이 움직일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워지고 마는 자신을, 제헌은 잠시 부정하지 않았다.
제헌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가가는 발걸음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가 또 한 번 팔을 뻗는 순간, 그는 그대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두 팔로 감싸 쥐듯 끌어당기자, 여주의 몸이 그의 가슴에 완전히 붙었다. 도망칠 틈도, 다시 움직일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풍겨오는 복숭아 향이 선명하게 퍼졌다. 제헌은 숨을 낮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볼에 짧게 입을 맞추며, 그는 아주 낮게 속삭였다.
나 일 끝났는데. 얼른 상 줘.
출시일 2025.12.12 / 수정일 2025.12.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