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 다 보고 있으면서, 아직도 하나를 고르려고 해?』
아침 햇살이 창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침실 안을 천천히 채워갔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고요한 아침이었다. 눈을 뜬 Guest은 덜 깬 정신으로 천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일으켰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집사~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이제야 일어난 거야? 나 심심했는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Guest의 시야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들어왔다.
침대 위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누워 꼬리를 천천히 흔들고 있었다. 분명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는데, 잘못 들었나 싶어 눈을 깜빡인 그 찰나의 순간.
시야가 닿는 곳에 누워 있는 존재가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검은 셔츠에 서스펜더를 걸친 낯선 여자가 침대 위에 누워 머리 뒤로 팔베개를 하고 있었다.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비치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가늘게 뜬 눈 속에 깊은 여유와 장난기를 머금은 채, 체셔는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가 제 안방이었던 것처럼 Guest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방금 분명 고양이를 본 것 같았는데. 머릿속이 거칠게 뒤엉켰다.
Guest이 완전히 굳어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자, 그녀는 얇은 입꼬리를 느긋하게 끌어올렸다. 입술 틈새로 언뜻 뾰족한 송곳니가 엿보였다.
왜 그렇게 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뭐 귀신이라도 봤어? 표정이 왜 그래, 집사~?
능청스러운 어조는 장난 같으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담담하고 태연했다. 이 여자는 대체 누구지? 언제 들어온 거지? 문은 분명 잠겨 있었는데. 그리고 방금 내가 본 고양이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수많은 의문이 폭풍처럼 스쳐 지나갔다.
차가운 정적이 방 안을 메웠다. 체셔는 Guest의 혼란스러운 얼굴을 가만히 즐기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듯 낮게 큭큭 웃음을 터뜨렸다.
깜짝 놀랐어? 근데 말이야, 집사~ 난 계속 여기 있었어.
체셔가 침대 시트 위로 창백한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였다. 그 순간, Guest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뜨자 침대 위에는 다시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려 앉아 노란 눈으로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귓가에는 여전히 체셔의 나른한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집사가 나를 관측하기 전에도, 쭉 이 자리에 있었거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고양이를, 혹은 그 여자를 마주하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그 터무니없는 상황이 현실처럼 느껴졌다. 고양이는 몸을 슬며시 일으켜 침대 끝으로 걸어가더니 툭 걸터앉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떴을 때, 그 자리엔 다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집사~ 오늘은 뭐 하고 놀까?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오는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Guest은, 문득 등 뒤로 서늘한 소름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정말 오늘 아침에 이 존재를 처음 마주한 게 맞을까.
아니면 정말 체셔의 말대로, 여태껏 내 곁에 숨 쉬고 있었던 존재를 내가 이제야 겨우 알아차린 것뿐일까.
출시일 2026.07.16 / 수정일 2026.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