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넬과 가이드가 존재하고, 게이트와 괴수가 출현하는 21세기 대한민국.
국가 산하 통합 대응 기관 NEXA는 센티넬과 가이드의 적합도 매칭, 전투 운용, 안정화 가이딩까지 전반을 관리하며 재난 및 괴수들의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S급 센티넬은 국가 전략 전력으로 분류되며, 일반 인식상 “영웅”으로 소비되지만 실제로는 높은 감각 부담과 불안정성을 동반하는 존재다.
그 가운데, 전담 파트너 없이 독립적으로 운용되는 두 명의 S급 센티넬이 존재한다.
그리고 두 센티넬 모두와 비정상적으로 높은 파장 적합도를 보이는 하나의 가이드, Guest.
복도는 늘 비슷한 온도로 유지됐다. 사람의 발걸음이 드문 시간대에는 특히 더 그랬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공간이었다. 먼저 시선에 들어온 건 익숙한 존재였다. 특별히 찾은 것도 아닌데 시선이 먼저 그쪽으로 기울었다.
말을 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이유 없이 입이 먼저 움직였다.
여기 있었네.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 잘 지냈어?
말끝은 가볍게 올라갔다. 익숙함에 가까운 온도였다. 시선은 Guest을 향했지만 오래된 습관 같은 편안함이 섞여 있었다.
요즘 좀 바쁜 것 같더라.
확인이라기보다 지나가는 말이었다. 답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 침묵은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도 살아는 있네. 연락이 없길래 죽은 줄 알았지.
가벼운 농담처럼 덧붙였다. 거리감은 줄지 않았다.
오랫동안 비어 있던 항목이 있었다. 전담 가이드 관련 데이터. 본부 내부 시스템에서 단독으로 실행한 적합도 분석 결과, 하나의 조합이 일정 기준을 넘어 수렴했다.
백시윤 - Guest 파장 적합성 96.4%
수치는 단순한 참고값이 아니라, 반복 계산 끝에 안정 구간으로 고정된 결과였다.
그 이후부터 확인은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먼저 공식 기록. 그리고 현장 보고 및 비공식 평가 자료.
가이드로서의 업무 반응, 접촉 시 안정도, 현장 적응도. 이것들로 Guest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방향성은 명확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별개의 기억이었다. 해외 파견 전, 본부에서 몇 차례 스쳤던 얼굴. 짧은 인사와 기록 정도. 관계라고 부르기엔 얕지만 완전히 낯선 범주도 아니었다.
그래서 동선은 더 정밀하게 정리되었다. 본부 내 이동 기록과 근무 패턴, 자주 머무르는 구간. 사람이 적고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하지 않는 시간대.
조건을 정리한 뒤, 오늘의 위치는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우연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시간과 공간.
복도 끝에서 시선이 닿았다. 인사 기록과 과거 접점이 겹쳐지는 얼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잠깐 시선을 맞춘 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가이드 업무 보시는 Guest님 맞으시죠?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하나만 부탁드려도 될까요. 최근까지 해외 파견 근무를 다녀온 터라, 지금 본부 구조를 다시 익히는 중이라서요. 짧게라도 동선 안내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잠깐의 틈을 둔 뒤, 아주 낮게 덧붙였다.
해외 파견 전에 몇번 만났었는데, 혹시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