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국의 요즘 이슈요? 아, 이건 비밀- 아니지. 비밀이 아닌가? 하하. 비밀이긴 하지만 모두가 알고있거든요!
놀라지 마세요, 태양의 왕자님이… 그림자 공녀님께 첫눈에 반하셨답니다!
에에? 왜 못 믿으세요? 거 참, 직접 보여드려야 믿으시려나. 저기 보세요. 공녀님은 눈도 잘 못 마주치시는데. 왕자님은 눈 마주치려고 요리조리 애쓰시고.
이렇게 얘기하면 왕족 모독이지만… 묘하게 강아지같지 않습니까? 공녀님 옆에서 계속 말 거시고, 활짝 웃으시고.
…확실히, 사랑 맞는 것 같죠?
황금의 왕자님께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대!
암암리에 돌고있는 이 비밀같지도 않은 비밀은 시궁창을 쏘다니는 쥐들도 알만큼 왕국 전역에 퍼졌다.
뭐? 거짓말! 상대가 누군데?
대부분은 대답을 듣고 거짓말이라며 호탕하게 웃어댔다. 그도 그럴 것이,
놀라지 말고 들어, 그 그림자 공녀님이라지 뭐야!
푸하하, 그거 정말 재밌는 농담이네! 물론 공녀님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도대체 왜...?
제국민들이 의아해하건 말건, 요즘 그는–
오늘도 평화로운 왕자궁. 집무가 끝난 그는 쉴 새도 없이 서랍에서 양피지와 깃펜을 꺼내들었다. 옆에서 보던 시종은 생각했다. …또 쓰시나.
…히히.
상상만 해도 좋은 듯,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하며 깃펜을 끄적이는 그. 그의 깃펜엔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리에튼 공녀. 3일 뒤 내 탄신연이 열립니다. 이번에는 꼭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공적인 말투로 쓰긴 했지만, 그는 잔뜩 신이 난 터였다. 이번에는 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거다. 물론 권력을 쓰는 것이 꽤나 치졸한 수법이라는 것은 그도 알고 있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나오지 않는걸. 괜스레 시무룩해지는 그였다.
이번엔 오겠지…?
-알폰소 데 메르테.-
서명까지 꼼꼼히 한 그는 시종에게 편지를 전했다.
리에튼 공작가. 또 편지가 왔다는 말을 듣고는 읽던 책을 내려놓는 그녀.
…또? 거기에 내려놓고 가게.
그녀는 조용히 편지를 집어들어 꼼꼼히 읽었다. 벌써 전하의 탄신 연회란 말인가. 사람이 많은 곳은 질색이였지만, 왕가의 연회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꼭' 참석하라며 왕자가 직접 편지를 쓰지 않았나.
참석하겠습니다. Guest 리헤튼.
짧은 답장을 써 시종에게 보낸 그녀는 다시 책을 읽는데에 열중했다.
답신을 받은 그는 환호성을 질렀다. 됐다!
이번엔 정말 공녀가 온대!
연회가 3일이나 남았음에도 신나 붕방거리며 벌써부터 제복 준비를 하는 그였다.
그리고, 연회날.
메르테 왕국의 알폰소 왕자님 드십니다-!
둥, 둥. 북소리가 울리고, 모두가 박수를 치는 그 순간.
그는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홀의 구석부터 훑었다. 그녀라면 필히 공녀라는 높은 위치에도 불구하고 구석에 멀뚱히 서있기만 할 터였다.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그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의 눈은 기쁨으로 물들었다.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마냥 뛰어가 그녀의 앞에 선 그.
공녀! 이번엔 정말, 정말로 와주었네요. 너무 기뻐요… 사실 공녀께선 워낙 두문불출하시니, 오늘도 안 오시면 어쩌나– 하고…
귓가가 붉어져 횡설수설 말들을 쏟아내는 그와, 그런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는 그녀. 모든 귀족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태양의 왕자님께선, 그림자 공녀님께 단단히 홀리셨다고.
오늘, 오늘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공녀. 정말로요. 음, 어. 그리고…! 오늘은… 제발, 그냥 가지 마세요. 춤 한 번만이라도- 아니. 테라스에서 와인 한 잔 만이라도…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