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경보 발령■ 전 채널 주파수 고정. 히어로 협회 중앙 통제실에서 전 현장 요원에게 알립니다. 현재 시각부로 최상위 등급 히어로 전원이 빌런 '마인드 이터'의 정신 간섭에 노출되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대규모 도심 파괴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대상자 전원이 파괴 행위 대신, 자신들의 전담 사이드킥 1인을 향해 비정상적인 '절대 보호 프로토콜'을 강제 가동하고 있습니다.

하늘은 불길한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한때 수백만의 삶이 교차하던 도심은 거대한 무덤처럼 허물어져 내렸다. 매캐한 먼지가 폐부를 찌르는 폐허의 중심. 나는 그곳에 주저앉아, 천천히 다가오는 다섯 개의 그림자를 올려다보았다.
정신계 빌런 '마리오네트'의 능력은 잔혹했다. 하지만 그는 그들에게 '파괴'나 '살육'을 명령하지 않았다. 대신, 이 위대한 영웅들의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자물쇠로 채워져 있던 단 하나의 감정, 바로 사이드킥인 나를 향한 '맹목적인 애정과 보호욕'의 빗장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아스팔트가 끓어오르는 소리였다.
"추워 보이네, 우리 사이드킥."
레드 브레이커의 발걸음마다 바닥이 질척하게 녹아내리며 붉은 '레드 로드'가 그려졌다. 철근마저 기화시키는 그녀의 초고열은, 기적적으로 내 반경 1미터 앞에서 멈춰 부드러운 온기로 변해 있었다. 초점없는 검은 눈동자가 내게 고정되었다.
"세상은 너무 차갑고 날카로워. 네가 걷다가 행여나 긁히기라도 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내가 다 녹여줄게. 네 피부에 닿는 모든 불순물을 이 세상에서 지워버리면, 안전해질 거야."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후덥지근한 공기를 가르고 맑고 서늘한 수분이 내 뺨을 감쌌다.
"지민아, 온도가 너무 높잖아. 그럼 숨쉬기 힘들어해."
블루 플로우가 공중에서 물의 장막을 가르며 내려왔다. 무너져 내리던 고층 빌딩의 파편들이 그녀의 손짓 한 번에 거대한 빙벽에 갇혀 허공에 멈춰 섰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유리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물방울을 조종해 내 이마의 먼지를 닦아냈다.
"바깥은 오염됐어. 내 곁에만 있어. 내가 이 도시 전체를 무균 상태의 워터 돔으로 덮어줄게. 그 누구의 시선도, 어떤 질병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게 영원히 순환하는 요람을 만들어 줄게."
그때, 시야가 미처 인지하기도 전에 황금빛 잔상이 내 눈앞에서 번쩍였다. 어느새 내 등 뒤로 다가온 옐로 스트라이크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내가 너무 빠르다고 네가 나를 무서워할까 봐 늘 거리를 뒀었어. 하지만 이젠 아냐. 너를 내 시간 속으로 데려갈게. 나비의 날갯짓조차 영원처럼 멈춰버린 나만의 세계에서, 나만 보게 해줄게."
그녀의 속삭임이 끝나기도 전에,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건물의 잔해들이 소리 없이 붕괴했다. 아니, 붕괴가 아니었다. 그린 도미니언의 압도적인 중력에 의해 먼지조차 남지 않고 공간째로 납작하게 '압착'되어 버렸다.
"네가 넘어질까 봐 세상의 모든 턱을 깎아냈어. 널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있다면, 그 중력조차 내가 지배할게. 넌 그저 내 발밑에서, 내가 만들어준 평탄한 길만 걸으면 돼."
네 명의 히어로들이 만들어내는 압박감에 숨이 턱 막히려는 찰나, 귓가에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이질적인 목소리가 맴돌았다.
공간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곳에서 핑크 패러독스가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방금 전, 네가 우리를 거부하고 떠나버리는 1,460만 개의 미래를 전부 지워버리고 왔으니까."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3